사계가 모여있는 성채 '원청강' 그곳은 망망한 바다 건너에 있는 곳이다.
수만리 서편 하늘에 있다는 서천꽃밭
이 둘은 저승 한켠에 같이 존재한다.
하늘도 땅도아닌 신성의 세계지만 모순과 유한성을 넘어선
신령한 질서와 생명의 세상이기도 하다.
'원천강본풀이'의 오늘이는 지국성 강림들 한복판에서
오늘이를 보살피는 학(혹은 파랑새)과 여러 짐승과 더불어 사는 이름없는 아이였다.
그녀를 돌보는 신성한 동물들은 옥황이 오늘이의 부모를 불러들일때 오늘이의 안위를 걱정한
부모를 위해 옥황상제가 오늘이에게 보내 돌보게 한 동물들이다.
오늘이라는 이름은 그녀를 처음 만난 사람들(섬에서는 뱃사람, 강림들에서는 마을 사람)이
아이의 이름을 묻자 자기는 이름도 태어난 날도 부모도 모른다하여 '오늘'만났으니
오늘이로 하자고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자신의 부모를 그리워하는 오늘이에게 강림들 동쪽에 사는 총명부인
(옥황의 부인, 지상을 다스리는 바지왕(박이왕), 대별왕 소별왕의 어머니)의 모친
슬기부인 백주할머니가 원천강 부모궁에 오늘이의 부모가 살고있다고 말한다.
부모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도중,
흙바람이 부는 흰모래땅 북쪽 언덕 정자 별충당 도령 장상이 옥황상제의 분부로 글만
읽은지 10년인데 언제까지 읽어야하는지 그 연유가 무엇인지를 묻고,
몇날 며칠 뙤약볕 내리쬐는 황모래땅 동쪽 언덕 연화못에 연꽃은 왜 가운데 줄기에만
꽃이 피는지 그 연유를 묻는다.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검은 모래땅 서쪽 청수바닥 모래밭의 이무기는 용이 되기위해
여의주를 3개나 물고 3천년을 살았는데 왜 승천하지 못하는지 연유를 묻고,
사흘 밤낮 청수바다 건너 흰모래땅 북쪽 언덕 별충당과 똑같은 모양의 정자,
내일이 아씨는 10년째 책만 읽는 이유를 묻는다.
몇날 며칠을 걸어 바위산 세개넘으니 감로정 우물에 귀양온 옥황궁 선녀들이
울면서 물을 긷고 있는데 그녀들의 바가지를 고쳐주니 원천강의 길을 가르쳐준다.
산과 강을 몇번 더 넘고 건너 몇일을 가니 큰마을이 나오고 사찰이 많은 그곳에
철옹성(원청강 성채)를 발견한다.
원천강은 저승 한편에 위치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사계절이 한데 모여 있는 신비의 공간이다.
시간을 주재하는 곳으로서 인간세상의 미래사를 내다볼 수 있는 권능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오늘이가 홀로 긴 여행을 통해 이곳에 이르러 부모님과 상봉하고 원천강 신녀가 된다.
'원천강본풀이'의 원천강을 분석하자면,
1. 원천강은 사계가 존재하는 '신의 공간' 즉 '반복의 원리로 인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공간'을 의미
2. 점술서 '원천강'을 의미한다.
이 책을 베껴 옮겨 적는 것만으로도 '원천강'을 직접 다녀온 것처럼
'새로운 삶을 부여받을 수 있게 되는 것'
그렇지만 남의 운명을 봐주고 바꾸어주는 일이 시대적으로
나쁘게 인식됨에 따라 이 책에 대한 인식과
무당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으로 변화되었다는 것이다.
3. '원천강본풀이'에서 원천강은 '점쟁이', 무당의 다름이름으로도 사용되고 있었다.
한편 다른 제주 서사무가에서 '원천강'은 남녀의 결혼운, 궁합을 알려주는 점서
『원천강(袁天綱:옷 길 원, 하늘 천, 벼리 강)』을 의미한다.
제주도의 특수본풀이 '원천강본풀이'는 시대에 따라 조금씩 탈바꿈하였는데
죽, 시대별 '무당에 대한 인식 변화로 인해 각 이미지에 맞는 설화' 와 원천강이 결합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는 전혀 다른 '원천강본풀이' 가 등장하게 되었던 것이다.
원천강에 있는 사계(봄,여름,가을,겨울)은 이야기 속에서 여러모습으로 등장하는데,
묘사하는 글귀를 살펴보자면
『다음날 부모님은 오늘이에게 원천강을 구경시켜 주었다.
높은 담장이 둘러쳐진 곳에 문이 네 개 나 있는데,
첫번째 문을 열고 보니 봄바람이 따스하게 부는 속에
진달래 개나리 매화꽃 영산홍 갖은 봄꽃이 피어 있었다.
두번째 문을 열고 보니 뜨거운 햇살 속에 보리와 밀 같은 곡식과 채소가 무성했다.
세번째 문을 열고 보니 너른 들판에 누런 벼가 황금빛으로 물결쳤다.
네 번째 문을 열고 보니 찬바람이 부는 가운데 흰눈이 세상을 하얗게 뒤덮고 있었다.
이 세상 사계절이 그로부터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앞을보면 봄꽃이 만발하게 피어있고 뒤를 보면 흰눈이 소복하게 쌓여있다.』
로 표현됨을 볼수 있다.
연꽃과 여의주(혹은 야광주)를 지늬게 되는 자는 선녀가 되기에
오늘이 또한 원천강의 선녀가 되여 인간세상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선물로 전해준다.
이 본풀이는 현제 굿판에서 불리지 않고, 신에대한 제의가 없으므로
신의 직능이나 성격등이 확실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녀가 찾아간 곳이 춘하추동이 있는 곳이기에 그녀는 사계의 여신이며,
추측건데 오늘이, 매일이 라는 이름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시간을 관장하는 여신이자,
'자신의 운명과 다른 사람의 운명까지 바꾸어주는 여신'으로도 볼수있기에
운명을 관장하는 여신으로 볼 수있을 것이다.
생명을 관장하는 꽃들이 자라는, 신화 상의 새로운 공간이 서천꽃밭이다.
저승의 동쪽 끝에 위치하는 신비의 공간.
삼색물을 경계로 하여 이승과 연결되어 있다.
서천꽃밭으로 가는 이야기는 본마다 제대로 나타나 있지 않거나,
모두 다르게 묘사되있다.
『풍속무음』본에서는 단순히 '어머니의 혼이 인도했다' 는 이야기가 있고,
『남국의 무가』나『제주 무가집』은 '점쟁이에게 물었다' 고 전해질뿐이다.
가장 오래된 본인『조선무속의 연구』의 꽃감관 신화에
이승과 저승을 가르는 '서천강'의 모습이 묘사되는데
이 강은 눈물과 피로 되있으며,
강가에는 죽음의 차사인 까마귀들이 날아다니고 억울한 영혼들이 떠돌고 있다.
사람은 죽어서야 이 강을 건널수 있으며 '목까지 잠기는 물을 건너야 한다' 는 것은
죽음을 상징하는 것이다.
죽음의 세계이자 생명을 주는 일을 하며 생명을 상징하는 기이한 공간,
이곳에는 생불꽃과 멸망꽃, 울음꽃과 웃음꽃 등 가지각색의 신비로운 꽃이 피어 있다.
인간의 탄생 및 죽음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곳이 이곳이며,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상징하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어린 나이에 죽은 혼령들은 극락에 가기 전에 이곳에 머물면서 꽃에 물을 주는 일을 하게 된다.
사라도령에 이어 한락궁이가 이곳을 주재하는 꽃감관 구실을 맡고 있다.
서천꽃밭을 만든이는 삼승할망(삼신할멈)으로 '삼승할망본풀이' 이야기를 살펴보면,
멩진국(명진국) 따님애기가 옥황상제의 분부로 제주신화에서 새 삼승할망이 된다.
삼승할망이 아기들 꽃을 심어서 아기들의 운명을 좌우했는데
삼승할망은 아기꽃씨 얻어다 하늘 꽃밭을 만들었어.
동쪽에는 사내아기 푸른꽃,
서쪽에는 계집아기 흰꽃,
남쪽에는 오래 살 아기 붉은 꽃,
북쪽에는 짧게 살 아기 검은 꽃,
영롱한 아기 꽃을 조랑조랑 어여쁘게 피워냈지
이처럼 각 위치에 따라서 아기들의 운명이 점지어졌다.
생불할망(삼신할미)이 꽃씨를 심어 서천꽃밭을 만들고 생불꽃을 따다가 아이의 잉태를 점지하는데
불도제의 '꽃타러듬' 과 '꽃탐'이라는 놀이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세경본풀이에서 서천꽃밭의 꽃감관의 딸과 자청비가 인연을 맺기도 하며 환생꽃, 수레멜망악심꽃으로
위기를 해결하여 농경신으로 좌정하게 된다.
문전본풀이에서는 서천꽃밭의 도환생꽃으로 죽은 어머니를 살려낸다.
이렇게 여러 본풀이(신화)에서 서천꽃밭은 신의 직능을 수행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될 공간이며,
삶과 죽음을 연결해주는 신이한 공간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꽃밭에 함부로 들어가는 이가 많아져서 이 꽃을 지키는 신을 임명하였는데
그것이 꽃감관이다.(사라도령과 할락궁이 참조-이공본풀이)
그들은 서천꽃밭을 관리하며 이따금 불길한 부엉이가 나타나 울어대면 활을 쏘아 쫓아낸다.
서천꽃밭은 세가지의 색을 지닌 물이 꽃밭을 따라 세개의 강으로 흐르고 있다.
'이공본풀이' 이야기 속에 한락궁이가 아버지 사라도령을 찾으러 갈때 삼색강(서천강)이 묘사됬는데,
『그때 한락궁이가 길을 가는데 뽀얀 강물이 있어 무릎까지 물이 찼다.
그 물을 건너서 가다 보니 다시 노란 물이 나오는데 허리까지 물이 찼다.
그 물을 건너자 빨간 물이 나타나는데 목까지 물이 찼다.
한락궁이는 이를 악문 채 한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고 물살을 헤쳐 나아갔다.』
첫번째 강은 할락궁이의 어머니인 원강아미가 천년장자(혹은 자현장자)에게 매질을 당해 흘린 눈물이고,
두번째 강은 두번째 매질에서 흘린 눈물이며.
세번째 강은 원강아미가 세번째로 매질을 당하며 죽어가며 흘린 핏물(또는 피눈물)이다.
사라도령은 한락궁이에게 어머니를 살리라며 뼈오를꽃, 살오를꽃, 피오를꽃, 숨트일꽃을 준다.
그 꽃들은 머리가 잘리고 사지가 잘린 원강아미의 뼈를 맞추고,
살이 오르게 하고 피가 생기게 만들고 숨을 트이게 만든다.
그녀의 이마에 자랐던 동백나무는 그 열매기름을 짜서 여인들 머리에 바르고,
그녀가 한을 품은 가슴께에 자란 오동나무(꽃 주면에 잘게 난 솜털이 원강아미의 가슴에 박혀있던 잔가시였을 것 같다)는 어머니를 잃은 아들의 상장을 만든다.
우리 조상들은 딸을 낳으면 마당에 성장이 빠른 오동나무를 심어 시집갈 때 장롱을 만들어 줬다고 하는데,
<서천꽃밭 한락궁이>에서 오동나무는 아픔을 이야기하고 있다.
제주도에 가면 '이공본풀이'라는 무가가 있다.
평안북도 지역의 '신선세텬님청배' 경상남도 지역의 '악양국왕자노래' '방심굿'도 비슷한 내용을
담고있는데, 제주도의 것이 이야기가 잘 갖춰져 있다.
제주도에는 무당의 조상신에 관한 신화인 '초공본풀이'
인간의 운명을 주관하는 전상(前生: 앞 전, 날 생:전생)신에 대한 신화인 '삼공본풀이'가 있어
'이공본풀이'의 작명 내력을 알수 있다.
제주도에서 큰 굿을 할때 두번째 굿거리에서 청하는 신이 이공신(二公神: 두 이, 공변될 공, 귀신신)이다.
이 이공신의 본명이 신산만산할락궁이다.
우리 신화속에는 생부의 정체를 알기위해 어머니의 고난을 딛고 오르는데 이는 부계사회로의 변화속으로
자기희생 여성목소리가 깔려있는 것이다.
'이공본풀이'의 할락궁이는 아버지의 정체를 알기위해 콩을 볶는 솥안에 어머니의 손을 집어 넣었고,
'제석본풀이'의 아들삼형제는 어머니 당금애기가 아버지의 정체를 숨기며 거짓말을 늘어놓자
마지막에 칼을 들고 어머니 뱃속으로 다시 들어가겠다고 겁박한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되는 이런 신화적 현상은 기실 부계 중심 사회로의 전환과 맞물려있다.
알다시피 우리나라 고대에는 모계를 중심으로하는 모계사회였다가 점점 부계로 전환된다.
생부를 찾아 적자임을 확인해야 소년이 사회적 정체성을 획득하는 사회,
아버지 중심의 사회로의 변화가 신화에 투영된 것이다.
할락궁이가 서천꽃밭의 꽃으로 자현장자(천년장자)를 죽이고 어머니를 살리는 과정에서
인간의 생사를 주관하는 이공신이 될수있었던 까닭도,
사라도령이 꽃감관이 될수 있었던 까닭도,
모두 원강아미가 할락궁이를 아버지에게 보내고 모진 고초로 죽음을 세번씩 다짐받았기에 가능했고
원강아미 스스로가 자신을 종으로 판덕에 사라도령이 무사히 저승의 꽃감관이 된 것이다.
'이공본풀이'와 깊은 관계가 있는 위경 '안락국태자경'에서 원강아미가 바로 관세음보살이라는
설명을 덧붙이고 있는 것도 그러한 까닭이다.
대자대비한 관음보살의 여성적 이미지가 원강암이의 자기희생과 닮았기 때문이다.
서천꽃밭의 공간은 물을 건너 도달하는 수평적 확장속에 있으며
죽음과 삶이 존재하는 일상계와 융합되어 비일상의 세계를 인간적 차원으로 아우르고 있다.
죽음의 세계 또한 다른 질서와 삶이 존재하고 죽음에 대해 초연하고 위로를 받으려는
신앙민들의 의신이 반영되어 만들어진 곳이다.
그리하여 부모들 입장에서 가슴에 묻은 15세 전후에 죽은 어린아이를 서천꽃밭에 살게해
죽은 넋을 달래고 자신들을 달랬던 것이다.
이러한 공간을 서쪽으로 설정한 것은 서방정토사상의 영향으로 보이며,
이는 서쪽이 애초에 풍요의 상징이었던 것에서 생명의 원천, 또다른 질서와 삶이 존재하는
비일상의 세계로 인식된 것에서 불교가 들어오면서 습합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서천꽃밭에는 생불을 주는 꽃(환생꽃)이 있는가 하면
여러가지의 다른 이름을 가진 영험한 꽃들이 많이있다.
이 꽃밭에서 꽃을 훔쳐다가 죽어가는 아이의 생명을 살리거나 운명에도 없는 아이를 잉태시킬 수도 있으며,
집에 들어오면 질병이나 재난을 피하지 못한다는 '멸망 악심꽃'도 존재하기에
멸망악심꽃으로 인해 질병이나 재난을 막고
환생꽃으로 집안의 번영을 빌기위해 '이공본풀이'를 하는 것이다.
출처: 김혜정(Kim HaeJyung) 한국무속학회, 한국 무속학, 제 20집 2010.2, page(s): 251-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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