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장 본풀이는 주로 죽은 조상의 영혼을 천도하는
시왕맞이굿을 할 때 주로 부르는 것으로서
지장신의 내력을 노래하는 본풀이이다
'지장본풀이'의 지장아기는 액을 막아주는 신으로
'지장' 신이 착한 신인지 악한 신인지 구분하여 애기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지장이 죽어서 됐다는 새는 곧 사(邪: 간사할 사)와도 동일시 된다.
그래서 악신이지만 액을 막아준다는 역할에서는 선신이기도 하다.
타고난 팔자 때문에 악을 동반하고 다니지만 결국은 선으로 귀결된다는
이중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장아기는 모진고생을 하면서도 좋은 일을 했지만 죽어서는 새가된다.
이 새가 들면 집안에 흉험이 드는데 머리에 들면 두통이 생기고,
눈으로 들면 눈이 흘긋거리고, 코로 들면 숨쉬기가 힘들고,
가슴으로 들면 마음에 열이 나곤 한다.
그렇지만 지장은 본래 마음이 착하였기 때문에 정성을 다하여 빌면
오는 액을 모두 막아준다고 한다.
그래서 집안에 궂은 일이 생기거나 몸에 병이 들면 '지장본풀이'를 해서
병을 구완하고 궂은 일을 막아달라고 기원하였던 것이다.
'지장'이라는 이 불운한 신의 이야기는 불교경전에서도 찾아 볼 수 있는데
지장은 불교의 신인 '지장보살'에서 온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실제 북제주군에서는 '지장'이 죽어서 새가 됐다고 하지만
옛 남제주군의 동부의 구전자들은 '보살'이 됐다고 전하고 있다.
지장보살은 불교에서 석가여래가 입멸한 후 미륵불이 출현하기까지 사이
천상에서 지옥까지 일체의 중생을 교화하는 대자대비의 보살이다.
'무한한 용서'라는 구원의 속성을 갖고 있는 이 신은 지상에서 죄를 지어
지옥으로 떨어지는 영혼까지 붙들어 극락으로 인도한다는 불교의 신이다.
불교의 지장보살에 대한 신앙은 쉽게 민간신앙과 융화 된 것으로 추측된다.
이러한 '지장'의 속성때문이지 이 신화 '지장본풀이'는 죽은 자나
죽을 병을 앓고 있는 자를 위한 굿 '시왕맞이'에서 빠짐없이 읊어진다.
지장 본풀이는
굿을 할 때 주로 부르는 것으로서 지장신의 내력을 노래하는 본풀이이다
--설화---
오랜 옛날 남산국과 여산국이 부부가 되어 사는데,
나이 마흔이 넘도록 슬하에 자식이 없었다.
자식이 없으니 부부금실이 아무리 좋으면 무엇하며,
재물이 아무리 많으면 무엇하나.
집안에 늘 찬바람만 불고 쓸쓸하기 그지없어 내외가 한숨으로 날을 보내다가,
들리는 말에 동쪽 산너머 동개남상주절에 시주하고 공을 들이면 딸이든 아들이든
자식을 볼 수 있다 하여 그리하기로 한다.
남산국과 여산국이 동개남상주절에 시주하고 공을 들이러 가는데
모시, 삼베, 무명, 명주를 스무 필씩 소에 싣고 은그릇, 놋그릇, 쌀, 보리, 콩, 팥을
갖추고 말에 싣고 갔다.
석달 열흘동안 부처님 앞에서 빌었더니,
과연 그 뒤에 여산국 부인이 태기가 있었다.
달을 채워 낳아보니 어여쁜 딸이 태어났고 이름을 지장아기라 지었다.
지장아기는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랐다.
한 살때는 어머니 무릎에서 놀고,
두 살때는 아버지 무릎에서 놀고,
세살 때는 할아버지, 할머니 앞에서 재롱을 부리며 자랐다.
이 때까지 지장아기는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세상부러울것 없이 살았다.
그런데 지장아기가 나이 다섯 살때부터 갑자기 액운이 들어,
슬프고 나쁜 일들이 줄줄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섯 살때 할아버지, 할머니가 한꺼번에 돌아가시더니,
여섯 살때는 아버지가 눈을 감고,
일곱 살때는 어머니마져 세상을 떠났다.
지장아기는 하루아침에 하늘 아래 의지할 곳 없는 외톨이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일곱 살 어린 나이에 혼자 살 수 없어,
할 수 없이 외삼촌 집에 들어가 얹혀 살았다.
그런데 외삼촌, 외숙모가 처음에는 좀 귀여워하는 것 같더니 이내 구박을 하기 시작했다.
개 밥그릇에 밥을 담아 주고, 헤어진 밥 보자기를 옷 대신에 입으라 주고,
밤에는 소와 함께 외양간에서 재우는 것이였다.
게다가 외삼촌, 외숙모는 걸핏하면
"네가 팔자가 세고 복이 없어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를 줄줄이 잡아 먹었지"
라며 지장아기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그래도 지장아기는 꾹 참으며, 개 밥그릇에 밥을 주면 개처럼 받아 먹고,
헤어진 밥 보자기도 비단 옷처럼 여기고, 외양간에서 자면서도
한뎃잠 안자는걸 다행으로 여기며 살았다.
하지만 외삼촌, 외숙모는 그마져도 귀찮았던지,
기어이 지장아기를 밖으로 내쫓아 버렸다.
하릴 없이 집에서 쫓겨난 지장아기는 갈 곳도 없고, 잘 곳도 없어
낮에는 이 집 저 집 다니면서 허드렛일을 거들어 주고 밥 한술 얻어먹고,
밤에는 큰 나무 밑에 가랑잎을 깔고 잠을 잤다.
그런데 지장아기가 잠을 자면 하늘에서 커다란 부엉이가 내려와
큰 날개로 고이 덮어 주었다.
그렇게 지장아기는 부엉이 날개를 이불 삼아 덮고 잔 덕에
한 겨울에도 얼어죽지 않고 살았다.
이렇게 살다보니 한 해, 두해 세월이 흘러 어느덧 지장아기 나이 열 여섯이 됬다.
그 동안 비록 집도 없고 절도 없이 얻어먹으며 살았지만,
남의 집 일을 해줄 때는 온 정성을 다하고 어른에게 공손하며 아기들을 잘 돌보니
사람들의 칭찬이 자자했다.
지장아기가 마음씨 곱고 일 잘하고 착하다고 사팡팔방 소문이 났다.
이 소문을 이웃 마을 부자 선비 서수왕이 들었다.
마침 서수왕에게 열 일곱살 먹은 아들이 있었는데,
비록 부모 없는 처녀지만 그만 하면 며느리 감으로 훌륭하다 하고
사람을 보내 혼인 말을 넣었다.
지장아기는 부모도 없고 형제도 없고 친척이라고는 외삼촌 하나뿐인데
자신을 쫓아낸 뒤로는 거들떠 보지 않으니
하는 수 없이 마을에 혼자 사는 노고할머니를 의지해 혼인말을 받았다.
노고할머니가 허락을 하니, 사주단자가 오고가고 예물이 오고가고,
드디어 좋은 날을 가려 받아 초례를 치르게 된다.
지장아기가 서수왕 집에 시집을 가니 지장부인이 되었다.
시아버지, 시어머니, 낭군님과 함께 시집을 사니,
지금까지 고생한 것이 다 꿈결같고 다 남의 이야기가 됬다.
비단 공단 고운 옷 입고 끼니마다 맛난 음식 먹으며,
시아버지, 시어머니 사랑을 한 몸에 받고 남편하고 금실 좋게
오순도순 잘 사니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었다.
시집간 이듬해에 지장부인 배가 불러오더니 떡 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았다.
그러고 나니 시아버지, 시어머니 사랑이 더욱 깊어가고
부부금실이 더욱 좋아 집안에 웃음소리가 그칠 날이 없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팔자인지 좋은 일은 삼 년을 못간다고
시집 간지 이태만에 시아버지가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뜨더니
그 이듬해에는 시어머니도 따라서 저 세상으로 가버렸다.
그래도 남편이 있으니 둘이 서로 의지하고 살면 되겠구나 했는데
지장부인이 스물살 되는 해에는 남편마져 죽고 말았다.
하늘이 무너지고 눈앞이 캄캄해서 눈물로 밤 낮을 지새는데,
얼마 뒤에는 하나뿐이 피붙이 어린 아들까지 죽어 버렸다.
이게 무슨 모진 팔자인지 하루아침에 의지할 곳 없는 신세가 된
지장부인은 울다 울다 눈물도 마르고 목이 막혀 울음소리도 못내고
억장만 무너져 땅만 치고있었다.
살아 있는 시집 식구라고는 시누이 하나밖에 없어서,
지장부인은 하는 수 없이 시누이 집에 가서 얹혀 살게 됐다.
그런데 못된 시누이는 구박이 심해 말끝마다
"어디서 팔자 세고 복 없는 것이 굴러 들어와서 우리 아버지, 어머니, 오라버니
다 잡아 먹네. 아이고 원통해"
라며 지장아기를 타박했다.
지장부인은 어려서 친정 식구 다 잃은 것도 제 탓만 같고,
시집와서 시집 식구 다 죽은 것도 제 탓만 같아서 견딜수가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저도 따라서 죽고 싶지만 질긴 것이 사람 목숨이라
그럴 수도 없어 하루하루를 가시방석에 앉은 것 처럼 보냈다.
그렇게 온갖 구박과 설움을 견디며 시누이 집에서 시집살이를 하는데,
게으른 시누이는 자기 손끝 하나 까딱 안하고 지장부인을 부려 먹었다.
빨래하기, 물 긷기, 바느질에 온 집 안을 쓸고 닦는 일 까지 혼자서 하느랴
지장부인은 손발이 다 부르텄다.
시누이가 게을러서 일을 안하는 통에 안방에는 이가 닷 되,
건넌방에는 벼룩이 닷 되나 생겨 그것을 다 잡아내고 나니
빨랫감이 산더미같이 쌓였다.
지장부인은 시누이 내외 옷에다 아이들 옷까지 모두 챙겨 대바구니에 담아가지고,
동천강 연못에 빨래를 하러 갔다.
빨래를 하다보니 마침 어떤 스님이 지나가다 연못가에 멈춰 서서 혀를 끌끌 찼다.
"어허. 쯧쯧. 그 팔자가 참으로 기박하구나."
지장부인이 그 말을 듣고 스님에게 합장하고 물었다.
"스님, 저를 두고 하시는 말씀인가요?"
"그렇소. 서너 살 아기때는 좋았으나 그 뒤로는 액이 끊이지 않을 팔자요."
지장부인이 다시 스님에게 합장하고 공손이 물었다.
"그러면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사람 없는 곳으로 가서 억새, 속새 닷 발씩 엮어 움막을 짓고 사십시오.
명진국 할머니에게 빌어서 누에 치는 법을 배워 명주 길쌈을 하십시오.
짠 명주가 열 필이 되거든 친정 할아버지, 할머니와 아버지, 어머니,
시아버지, 시어머니, 낭군님과 불쌍한 아기까지 제를 올리시오.
그러고 나면 남은 평생은 액 없이 살 것 입니다."
지장부인이 그 말을 듣고, 젖은 빨래를 거두어 집으로 돌아와
시누이와 하직하고 집을 나갔다.
사람이 살지 않는 서천강 어귀에 가서 억새, 속새를 베어 닷 발씩 엮어
움막을 지었다.
거기에 살면서 명진국 할머니에게 지성으로 빌었더니,
하루는 꿈 속에 명진국 할머니가 나타나 누에 치고 명주 길쌈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기름진 땅에 뽕나무를 심어서 잘 가꾸어라.
누에를 치되 뽕잎을 먹여 키우고, 석 잠을 자거든 더는 먹이지 말아라.
누에가 고치를 짓거든 물레로 실을 뽑아 베틀에 걸고 짜면 명주가 되느니라."
깨어보니 분명 꿈인데, 누운 자리 옆에 뽕나무 씨와 누에가 놓여져 있었다.
지장부인은 뽕나무 씨를 가지고 서천강 들에 나가 명진국 할머니가 가르쳐 준대로
씨를 뿌렸다.
거름을 주며 가꾸었더니 금세 싹이 나고 크게 자라서 잎이 무성하게 돋아났다.
뽕잎을 따서 누에에게 먹이고 잘 먹여서 석잠을 재우니 드디어 누에가 고치를 지었다.
고치에서 실을 뽑아 꾸리에 감아서 베틀에 걸어 놓고 짤깍짤깍 짜 내니 좋은 명주가 되었다.
지장부인이 명주 열 필을 짜서 제를 올리는데,
한 필은 친정 할아버지한테 올리고, 한 필은 친정 할머니에게 올리고
한 필은 친정 아버지에게 올리고, 한 필은 친정 어머니에게 올리고
한 필은 시아버지에게 올리고, 한 필은 시어머니에게 올리고,
한 필은 낭군님께 올리고, 한 필은 불쌍한 아기한테 올렸다.
그러고 나니 명주 두 필이 남기에,
그것으로 굴장삼 짓고 고깔 짓고 바랑까지 정성스레 지었다.
지장부인이 머리를 깍고 굴장삼 입고 고깔 쓰고 바랑을 짊어지니
지장스님이 되었다.
그 길을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이 마을 저 마을 돌아다니면서
벼 시주를 받았다.
이 집에서 한 홉, 저 집에서 한 홉.
이렇게 벼 시주를 받아서 석 섬 서 말을 모았다.
그리고 마을 처녀들을 불러 모아 벼를 찧는데
연자방아에 한 번 찧고 디딜 방아에 두번 찧으니 흰쌀이 되었다.
그것을 나무 절구에 넣고 곱게 빻아 쌀가루를 만들었다.
쌀가루를 체에 치니 체 위에는 굵은 가루만 남고
체 아래에는 고운 가루만 남았다.
굵은 가루는 시루에 넣어 초벌 찌고 재벌 쪄서 시루떡을 만들고,
고운 가루는 맑은 물에 반죽하여 도래떡을 만들었다.
지장스님이 시루떡, 도래떡을 열 말씩 쪄서 제를 올리는데,
한 말은 옥황상제님께 올리고, 한 말은 저승 시왕중 으뜸가는 염라대왕께 올리고,
한 말은 초공왕께 올리고, 한 말은 이공왕께 올리고,
한 말은 저승차사 해원맥님께 올리고, 한 말은 이승차사 이덕춘님께 올리고,
한 말은 염라차사 강림도령께 올리고, 나머지 한 말은 이승 저승을 떠도는 객신들에게 올렸다.
그렇게 제를 다 올리고 나서, 그 뒤로도 오랫동안 여기저기를 떠돌아 다니며,
시주 받아 제를 올리며 살았다.
그렇게 지장스님이 죽어서 새가 되었는데
이승에서 하도 모진 고생을 많이 한 탓에 새가 되어서도 병이 생기는데
머리로 들면 머리가 아프고, 눈으로 들면 사팔뜨기가 되고
코로 들면 고뿔에 걸리고, 입으로 들면 혓바늘이 돋고
가슴으로 들면 답답증이 생기고, 배로 들면 배앓이를 하게 된다.
그렇지만 지장신이 본디 마음이 착한 까닭에
지성으로 빌면 병도 없애 주고 집 안에 드는 액도 막아준다.
그래서 지장신은 액을 막아주는 액막이 신으로 받들어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