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화/바리데기

[스크랩] *바리공주 2 - 한국의 신화,설화

실나비 2012. 6. 13. 18:13

서해바다로 흘러간 바리공주를 태운 요람은 사흘을 바다위에서 방황하다가 동쪽으로 흘러서 한 바닷가에 도착하였다. 불라국 이웃 한반도에 위치한 해동국의 북쪽 끝마을이 있었다.

그 마을에서는 비리공덕 할아버지아 비리공덕 할머니라는 가난한 노부부가 물고기를 잡아 팔면서 살고 있었다. 마침 바다에 나오던 비리공덕 할아버지느 이상한 물건이 있는 것을 보고서 다가갔다.

 

뚜꺼을 열어보니 한아이가 죽은듯 누워 있는데 그 모습이 참혹하였다.

온몸이 물에 젖은 채 수초가 널려 있고, 입에는 거미가, 귀에는 불개미가 기어다녔다.

할아버지는 얼른 요람을 초가삼간 집으로 들고가서 아이의 몸을 깨끗이 씻어주었다.

 

처음에는 숨이 멎은듯 기척이 없던 아이의 코에서 마침네 작은 바람이 나오기 시작했다.

노부부는 아이에게 미음을 떠먹이고 정성껏 보살폈다.

바리공주는 점차 기력을 회복하였다. 부부가 기뻐하면서 말했다.

 

"우리 부부가 아이가 없는 줄을 알고 신령님이 우리에게 아이를 점지하신게야."

 

"입고 있는 옷을 보아하니 귀한 집 아이인가본데 어쩌다 이리 됬을까요?"

 

"여기 옷고름 조각이 부모가 남긴 정표가 분명하니 잘 간직하구려."

 

노부부는 가난한 살림에도 불구하고 정성껏 아이를 길렀다. 아이는 거친 환경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났다.

아이 일곱살이 넘자 노부부 일하는 것을 돕기 시작했는데, 제법 제몫을 하였다.

그러나 철이들면서 마음 한구석에 깊은 의문이 자라났다.

'이분들이 내 부모는 아닐텐데, 그렇다면 우리 부모는 누구며 어디 계신걸까.'

자리에 누으면 슬픈 표정을 한 귀부인의 모습이 아련히 떠오르는 것이었다. '저분이 나의 어머니?'

 

어느날 공주는 할아버지 할머니부부에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할머니, 할아버지 도데체 우리 어머니 아버지는 어디에 계신건가요?"

 

놀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말을 돌렸다.

 

"아버지는 하늘이고 어머니는 땅이지"

 

"그런말씀 마세요 어찌 천지가 인간을 자식으로 둔단 말입니까?"

 

"네 아버지는 앞뜰에 왕대고 어머니는 뒷동산 머구나무다."

 

"할머니 거짓말 마세요. 초목이 어찌 인간을 자식으로 둔단말입니까? 왕대는 아버지 돌아가시면 아랫동 웃동 잘라내어 짚는 것이고 머구나무는 어머니 돌아가시면 짚으라는 것이니 어찌 부모란 말씁입니까?"

 

할머니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한다.

 

"우리가 너에게 의지하려 했더니 그 예 부모를 찾는구나."

 

그러면서 바닷가에서 공주를 발견한 일부터 자초지종을 말해주었다. 그리고 정표로 실려온 옷고름을 내주었다.

 

"언제라도 어머니를 만나거든 이것을 내놓거라. 그리고 만약 부모를 찾더라도 우리를 버리지 말아다오."

 

"이를 말씁입니까? 그런 걱정은 하지도 마세요"

 

공주는 노부부의 은혜를 새기면서 정성껏 모셨다. 마음속으로는 부모의 정을 그리는 마음이 점점 간절하였다.

부모와 노니는 아이들을 보면 눈물이 나오려하였다. 공주는 틈만나면 혼자 물가에 앉아 자신이 떠내려온 바다를 바라보는 것이 버릇이 되었다.

 

한편 바리공주를 찾아 길을 떠난 신하는 불라국 서쪽끝부터 동쪽까지 해안가를 따라가며 요람을 본 사람을 찾기시작하였다.

뜬구름 잡는 일이었다. 미친사람 취급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럭저럭 한달이 지나고 동쪽끝이 가까워 오는데 요람을 보았다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다 '물에 가라 앉거나, 먼나라로 흘러 간 것이 분명해. 이일을 어쩐담' 허탈감 속에서 마지막 희망을 안고 동쪽 끝 마을에 왔으나 거기도 공주는 없었다.

신하가 실망하고 돌아가려는 무렵 누가 말했다.

 

"저 건너 해동국 마을에 아이를 주은 할머니가 있다던데.."

 

눈이 번쩍뜨인 신하는 국경을 넘어 그 마을로 향했다. 그리고 마침네 공주를 찾았다.

 

"드디어 헤어질 날이로 구나"

 

그사이 더욱 늙은 부부가 슬픈표정으로 바리공주와 이별하였다.

기쁨과 불안함이 뒤엉킨 채 바리공주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길을 도와 마침네 불라국 궁궐에 도착하였다.

그리고는 어머니와의 눈물의 상봉, 가슴이 막혀 말을 잇지 못하는 어머니

 

"네가 진정 내딸이란 말이냐?"

 

공주가 보니 꿈에서 아련히 보았던 바로 그 어머니였다."

 

"어머니.."

 

"용서하거라 내딸아, 자식을 버린 어미를 용서하거라."

 

"어머니 진정하세요. 어렇게 다시 만난 것만으로도 저는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자신을 버린 후 어머니가 가슴앓이로 고생하고 아버지가 일어나지 못할 병에 들었음을 알게 된 바리데기는 모든것을 자기 탓으로돌린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편하게 살았는데 부모님은 이런 고생을 하다니..이게 다 제탓입니다."

 

그러고는 약수를 찾아 저승국으로 떠나겠다는 것이었다.

 

"그게 무슨소리냐? 안된다 이제껏 집을 떠나서 이 고생을 하던 너를 어찌 보낸단 말이냐?"

 

"어머니 그동안 얼마나 그리던 부모님이던가요. 이제 이렇게 몸져 누은 아버지와 병약한 어머니를 보니 가슴이 무너집니다. 그리고 이 나라는 어떤가요. 어버니 제가 반드시 약을 구해오겠습니다."

 

바리공주는 남자옷으로 갈아입고서 서쪽을 향하여 무작정 길을 떠난다.

인가가 없는 곳을 한참씩 걸었다. 험한길에서 넘어지고 미끄러지기 일쑤였다.

손발에 가시가 긁히고 옷은 너덜너덜해졌다.

배가 고프면 나무 열매를 따먹고 솔잎을 씹어 물을 빨았다. 가랑잎 속이나 바위 틈에서 잠을 자고 외롭고 무서운적인 한두번이 아니었지만, 오로지 약수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참아 이겨냈다.

 

한번은 무인지경을 가다가 큰길 가에서 넓은 밭을 갈고있는 백발노인을 만났다.

공주가 반가워 물었다.

 

"할아버지 서역국을 지나 저승세계로 가려면 어느쪽으로 가야합니까?"

 

"뭐라고? 내가지금 이 밭 갈기도 바쁜데 어찌 가르쳐 주겠느냐.?"

 

"그럼 제가 대신 갈아드리겠습니다."

 

"그래? 힘들텐데. 어디 한번 해보거라."

 

노인은 쟁기를 놓고 나와 정자나무 밑에 누워 잠들어 버렸다. 바리공주가 노인으로부터 소를 넘겨받아 밭을 가는데보통 힘든것이 아니었다.

힘센 소가 앞으로 나가는데 쟁기를 이기지 못하고 넘어지기 일쑤였다. 한나절이 갔는데 간것이 겨우 한고랑

'이 넓은 밭을 언제 다 가나?' 이때 먼곳에서 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깜짝 놀라서 자세히 보니 웬 난데없는 두더지떼가 몰려온 것이다.

두더지떼는 밭 이곳저곳을 옮겨다녀서 금방 밭을 갈아놓았다. 그러고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어느세 잠이깬 노인이 다가와서 말했다.

 

"참으로 기특한 아이로구나. 저 산을 넘어서 왼쪽 길을 따라서 계속 가거라."

 

노인이 가르쳐준데로 길을 가기 시작했다. 다시 무인지경에 들어서 한달 이상을 걸었다.

공주가 길을 잃고 방황하는데 체구가 보통사람 두배는 돼보이는 커다란 노파가 냇가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게 보였다.

 

"할머니, 서역국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하나요?"

 

"서역국에서 서역국을 찾다니 바보로구나"

 

"그럼 여기가 서역국이란 말인가요? 할머니, 저승세계로 가려면 어느 쪽으로 가야하지요?"

 

"허허, 남 빨래하기 바쁜데 자꾸 말을 물으니 이 일을 어찌할꼬. 이 빨래감 안보이느냐?"

 

이때는 추운 동지섣달 이었다.

 

" 죄송합니다. 할머니, 그런데 이 추운 겨울날 저 많은 빨래를 하시다니요. 제가 대신 해드릴께요."

 

"허허, 길 가기도 바쁠텐데.. 그나저나 이 빨래가 쉽지 않을텐데, 검은 빨래는 희게 빨고 흰 빨래는 검게 빨아야 하거든."

 

공주가 얼음같이 찬물에 손이 얼면서 빨래를 하는데 보통 힘든게 아니었다.

검은 빨래는 씻고 또 씻으니 희게되는데 흰 빨래는 검게할수 없었다. 진흙에다가 검은나뭇잎과 열매를 뒤섞어 검은 물을 내서 빨래를 적시니 겨우 빨래가 검게 됬다.

 

빨래를 끝내고 보니 노파가 양지쪽에 웅크리고 잠이 들었는데 그 커다란 몸에 온통 이가 굼실굼실 기어다니고 있었다.

바리공주는 노파옆에 앉아서 그 머리와 옷에 기어다니는 이들을 하나하나 다 잡아주었다.

노파가 깨어서 말했다.

 

"참으로 착한 아이로군아. 그래, 내 길을 알려주마. 저 길을 따라 열두고개를 건너가면 황천바다 나룻터가 나올 것이다. 거기서 배를 구해 타거라"

 

그러면서 삼색꽃이 핀 꽃가지와 금빛나는 방울을 전해주었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이 방울을 던지거라."

 

노파는 다름아닌 천태산 마고할미였다. 착한사람들을 돕고 나쁜사람을 혼내주는 거인여신이다.

바리공주를 시험하려고 거기 나와 있었던 것이었다.

 

할미의 말대로 열두고개를 넘었다.

노인이 죽은 짝지고개, 할머니가 죽은 망녕고개, 총각이 죽은 몽달고개, 처녀가 죽은 보따리 고개, 시아버지가 죽은 호령고개, 시어머니가 죽은 잔소리고개, 아이가 죽은 사랑고개, 손주가 죽은 처실고개, 며느리가 죽은 조실고개, 사위가 죽은 도둑놈고개, 나무가 많아 청산고개, 돌이 많다하여 돌산고개...

 

그 고개를 다 넘으니 앞에 바다가 펼쳐졌다. 황천바다였다.

누런물결이 굽이치고 있는데 십리 밖에 운무가 자욱하여 그 너머를 볼수 없었다. 나루가 하나있어 찾아가니 배다 단 한척 떠있는데 지키고있는 군사들이 이 세상 사람들과 달랐다.

바리공주가 말했다.

 

"군사님들, 저승세계를 가려하니 배를 좀 내어주세요"

 

그러자 군사들이 눈을 부라리며 호령한다.

 

" 이 배는 저승차사님들이나 타는 것인데, 왠놈이냐? 어서 꺼지거라."

 

바리공주가 사정했으나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공주가 할미로 부터 받은 꽃가지를 보이니 저으기 당황하나는 것이었다.

 

"어허 이것은 저승국을 왕래하는 신인의 표식이 아닌가? 이걸 어디서 구하셨소?"

 

군사들은 자기들끼리 수근거리더니 배를 댓다. 공주가 배에 올라타니 배가 쏜살같이 바다를 내닫는데, 한치앞을 분간 못할 운무 속을 달리기를 여러날, 그러다 갑자기 운무가 걷히며 물에 다다랐다.

공주가 사공더러 동대산 가는 길을 물었다.

 

"이길을 따라 가면 세갈래 길이 있는데 가운데 길은 염라대왕 가는 길이고, 윗길은 극각, 아랫길은 지옥으로 향하는 길이라오. 지옥가는 길로 접어들어 한 나절을 꼬박가면 큰 산이 솟아 있는데 그게 동대산이지요."

 

바리공주가 길을 가는데 산도 나무도 풀도 모두 처음보는 기이한 것들이었다.

땅색깔이 처음에는 주황빛이더니 점차 붉어지다가 다시 검붉은 색으로, 검은 색으로 바뀌어 갔다.

동대산 앞에 다다르니 아주 먹빛이었다.

거기에 냇물이 하나 산을 둘러싸고 있는데, 그 물 색깔이 선홍빛이었다.

공주가 물에 손을 대보니 뜨겁고 쓰라려서 손이 녹는듯했다. 그 물은 산 사람이 건널 수 없는 것이었다.

 

공주가 방황하고 있는데 지옥으로 쫓겨가는 죽은 영혼들이 그 강물을 건너며 비명을 질렀다.

차마 볼수 없는 광경이었다. 공주는 그 모습이 너무 불쌍하여 두손을 모으고 기도하였다.

 

"신령님, 부터님, 저분들의 죄를 용서하시고 고통을 덜어주세요."

 

공주는 문득 할미에게서 받은 금방울이 생각나서 방울을 냇물에 집어 던졌다.

그랬더니 강물이 양쪽으로 갈라지면서 길이 였렸다.

바리공주는 지옥으로 향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그 길로 냇물을 건넜다. 그리고 사람들과 헤어져 동대산으로 향하였다.

 

동대산 동수자는 본래 하늘나라 사람이었다.

천하궁에서 옥황상제를 모시고 일했는데, 하루는 친구들과 놀다가 술에 만취되어 맡은 일을 다하지 못하였다.

그 벌로 홀로 동대산에 귀양와서 약수를 지키는 일을 맡게 되었다.

동대산은 며칠에 한번 천하국이나 지하국, 용왕국 사자들이 약수를 길러오는 매우 적적한 곳이었다.

 

나이 스물의 젊은 청년인 동수자는 외로움을 견디기 어려웠다.

하늘나라에서 선녀들과 어울리던 시절을 생각하며 울적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하룻저녁에 동수자가 홀로 졸고있는데 비몽사몽간에 상제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동수자야, 내일 인간 세상에서 네 베필이 될 처녀가 올것이다. 그 처녀를 놓치지 말거라"

 

깜짝놀라 깬 동수자는 밤을 꼬박 새우고 새벽부터 처녀를 기다렸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처녀는 오지 않았다. 해가 다 질 무렵이 되어서 밖에 인기척이 났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뛰어나가보니 처녀는 없고 허름한 총각하나가 서있었다.

 

"저, 동대산 동수자님을 찾아왔습니다만..."

 

"내가 동수자요. 당신은 누구시오?"

 

"드디어 동수자님을 찾았군요. 저는 인간세상 불라국 오구대왕의 막내아들이랍니다. 우리 부왕이 병석에 누운지 여러해인데 그 병을 고치려고 약수를 찾아서 먼길을 왔습니다. 부디 저를 도와 주세요."

 

공주의 말을 들으면서 동수자는 문득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차림새는 분명 남자가 분명한데 목소리나 행동거지에서 풍기는 느낌은 남자의 그것이 아니였다.  '혹시 이 총각이..'

의심이난 동수자는 공주를 집안으로 안내했다.

 

"몹시 지치신듯 한데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오늘 밤에는 우리집에서 묵으십시오"

 

저녁을 먹고 한방에서 잠을 자는데 손님의 행동이 이상했다. 동수자는 겉옷을 벗고 자는데 공주는 옷을 벗기는 커녕 끈을 졸라매고 자는 것이었다.

방에 요강이 있는데도 굳이 변소를 들락거렸다. 그 모습을 눈여겨보던 동수자는 의심이 깊어갔다.

'아무래도 여자가 분명해, 남자가 어찌 얼굴이 저리 곱겠어?'

다음날 아침에 동수자가 공주에게

 

"약수를 길러 가려면 먼저 몸을 깨끗이 해야한답니다. 저와 함께 목욕을 하시지요."

 

바리공주가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동수자가 말했다

 

"저 위에 목욕탕이 둘 있는데 제가 목욕물을 마련해 두었습니다."

 

그리고는 동수자는 윗탕에 바리공주는 아랫탕에 몸을 씻었다. 동수자는 몸을 얼른 씻고 나와서 아랫탕을 엿보았다. 긴머리에 뽀얀살결이 여자가 분명했다. 동수자는 살짝 공주의 옷을 감추었다.

공주가 목욕을 끝내고 보니 옷이 사라졌다. 동수자의 짓이 분명했다. 공주가 애원하였다.

 

"동수자님 제발 옷을 돌려주십시오"

 

"옷을 주기는 줄텐데, 그전에 약속을 하나 해주오"

 

"무슨 약속입니까?"

 

"나와 결혼해 주오"

 

본색이 탄로난 것을 안 공주는 어쩔줄을 몰랐다. 그렇지만 당차게 말했다.

 

"동수자님 , 이건 비겁한 짓입니다. 먼저 옷을 건네주세요."

 

"허허, 당신이 먼져 나를 속이지 않았소?"

 

동수자는 웃고나서 슬쩍 모습을 감추었다. 공주가 당황해 하고 있는데 잠시후 동수자가 깨끗한 여자옷을 가지고 나타났다.

 

"이 옷을 입도록 하시오"

 

옷을 갈아입은 공주의 모습은 매우 아름다웠다. 오랜 여행에 지친 기색이 남아있었지만 눈빛이 별처럼 빛났다. 동수자가 말했다

 

"나는 본래 하늘나라 사람이라오. 이곳에 귀양온지 벌써 삼년이 됐는데 그 동안 얼마나 외로웠는지 몰라요. 그나저나 당신은 하늘나라의 어떤 선녀보다도 아름답군요. 그 여린 몸으로 아버지의 약을구하러 여기까지 오다니. 제발 나와 결혼해주오"

 

그말을 들은 공주는 고민에 빠졌다. 동수자는 아주 건장하고 늠름한 청년이었다.

말을 들어보니 사람됨이 또한 마음을 끌었다.. 그러나 당시는 결혼을 하려면 부모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결혼을 하려면 먼저 부모님께 알려야 하는데..' 잠시 고민을 하던 공주는 마음을 결단하였다.

'결혼은 어자피 내 일이 아닌가? 부모님께는 나중에 사정을 알리도록 하자'

 

"좋습니다. 동수자님. 동수자님을 제 배필로 맞겠습니다."

 

동수자는 뛸듯이 기뻐했다. 둘은 간단히 상을 차리고 식을 올려서 서로 부부의 연을 맺었다.

마침 상제님이 보낸 사자와 시녀들이 이르러 둘의 결혼을 축하해 주고 돌아갔다.

 

"상제님께 말씀을 잘 전해주구려"

 

공주는신혼 첫날밤을 보내고는 다음날 아침 일찍 동수자와 함께 약수탕으로 향했다. 산속으로 한참을 들어가니 굴 같은 곳이 있는데 돌이 입구를 막고있었다.

동수자가 돌앞에서 뭔가 주문을 외우니 돌이 스르륵 움지이며 길이 트였다.

어두운 굴속을 헤치며 한참을 가니 갑자기 넓은 곳이 나타났는데 어디선가 햇빛이들어와서 환하게 비치고 있었다.

 

그 한모퉁이에 물이 고여있고 그 주변에 색색의 꽃이 아름답게 피어있었다.

거기 다가가서 보니 크고 억센 바위가 높이 솟아있는데 그 꼭대기가 꼭 거북이 입처럼 생겼다.

그곳에서 물이 한방울씩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저게 바로 약수라오"

 

공주는 가지고 간 호리병에 물방울을 받기 시작하였다. 꼬박 한나절이 걸려서야 물병이 가득찼다

 

"혹시 필요할지 모르니 이 꽃들도 꺽어 가오"

 

공주는 하양, 노랑, 빨강, 파랑색 꽃을 한송이씩 꺽어서 품에 간직하였다.

그리고 다시 인간세상으로 향하였다. 동수자가 그 뒤를 따랐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붉은 물이 흐르는 시내를 만나자 공주는 금방울을 던져서 길을 냈다.

이번에도 지옥을 향하던 일행이 그 길을 마주 건너왔다.

다시 공주가 마음속으로 빌었다 '제발 저사람들이 죄를 벗고 극락으로 가도록 해주세요'

그 기도는 부처님에까지 전해저 뒷날 부처님이 염라대왕에게 청하여 이들을 극락으로 불러 주었다고 한다.

공주가 동대산 향하는 길에 만났던 사람들과 함께

 

배를 타고 황천바다를 건너 인간세상에 닿은 공주는 한시가 급하게 불라국으로 향했다.

열두고개를 넘고 동쪽으로 향하는데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뒤따라가는 동수자가 발이 다 부르틀 지경이었다.

 

그렇게 걷기를 다시 몇달, 드디어 공주는 불라국에 도착하였다.

봄이라 농사철이 한참이었다. 농부들이 일을 하면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여보게들, 내일 대왕님 상여가 나간다는데 가봐야겠지?

 

"그럼. 그분도 참 안된 분이야."

 

"그나저나 바리공주님이 저승세계로 떠난 지가 벌써 삼년이 다 돼 가는데 아무소식이 없으니 아무래도 잘못되신게야

쯧쯧.."

 

그말을 들은 공주는 깜짝놀랐다.

 

"아니 농부님, 지금 대왕님 상여가 나간다고 했나요?"

 

"그렇다오. 오구대왕님 병이 위중해져서 한달 전에 세상을 뜨셨지요. 그동안 막내공주를 기다리다가 내일 장례를 치르게 됬답니다."

 

그말을 들은 공주는 맥이 탁 풀렸다. '겨우 약수를 구해왔는데 벌써 돌아가시다니..' 그리고 동수자를 돌아보았다.

 

"제가 집을 떠난지 일년이 안됐는데 삼년이라뇨?"

 

"저승세계의 하루는 인간세상 일년이라오. 그곳에서 두밤을 잤으니....내탓이 크구려"

 

공주는 발걸음을 더욱 재촉하여 밤을 새우고 걸어서 다음날 아침에 궁궐 근처에 도착하였다.

막 언덕을 넘어서려는데 난데없는 행상소리가 들려왔다

 

"널 널 너하오 너가리 넘차 너하오. 간다 간다. 떠나가네, 오구대왕님 떠나가네. 황천길이 멀다더니 대문앞이 황천이네..북망산천이 멀다더니 저기 저산이 북망산일세..널 널 너하오 너가리 넘차 너하오"

 

바리공주가 행렬로 뛰어가서 상여를 부여안으며 울부짖었다.

 

"아버님, 아버님, 이게 왠일입니까. 아버님 막내딸 바리공주가 왔습니다."

 

그말을 들은 사람들이 깜짝놀라며 말했다.

 

"아니 약수를 찾아 떠났던 바리공주님이란 말씀입니까?"

 

"아버님, 제가 약수를 구해왔는데 이렇게 가시면 어떡합니까? "

 

상여뒤를 울며 따르던 길대부인이 뛰어와서 공주를 얼싸 안았다.

 

"그래 죽지않고 왔구나, 막내딸아 그런데 대왕님은.."

 

부인은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하였다.

이때 동수자가 옆에 와서 말했다.

 

"공주, 너무슬퍼하지 말고 약수와 꽃들을 써보시구려."

 

공주는 눈물을 씻고서 말하였다.

 

"여보셔요. 내 아버님 마지막 모습이나 한번 보렵니다. 관을 열어주세요"

 

사람들은 그 말을 거역하지 못하고 상여를 멈추고 관을 내려 뚜껑을 열었다.

세상을 떠난지 한달이 지난 터라 뼈만 앙상하여 형체를 분간할수 없었다.

공주는 눈물을 삼키면서 품에서 푸른 꽃을 꺼내 뼈를 쓰다듬었다.

 

그랬더니 이게 왠일인가 흩어져있던 뼈들이 덜컥덜컥 제자리를 찾아서 붙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깜짝놀라 물러섰다. 공주는 다시 노란 꽃으로 뼈를 쓰다듬었다.

그랬더니 말랐던 살들이 구름처럼 뭉실뭉실 피어났다

 

빨간 꽃을 쓰다듬으니 붉은 핏줄이 돋아나고, 마지막 흰꽃은 대왕의 온몸을 살아 생전처럼 깨끗하게 만들었다.

바리공주가 들뜬 마음으로 약수병을 기울여 대왕의 입에 한방울씩 떨어뜨리기 시작하였다.

긴장된 순간, 약수물이 몸에들어가자 온몸에 피가 통하더니 쾅하고 숨이 터지는 것이었다.

대왕은 몇번 숨을 몰아쉬더니 번쩍 눈을 뜨고 일어나 앉았다.

 

"어허, 여기가 어디지? 웬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모였는고?"

 

완연히 병들기 전의 목소리였다.

바리공주는 길대부인을 껴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뒤에서 지켜보던 여섯공주와 사위들 또한 몰려와서 함께 웃으면서 즐거워했다. 그 광경을 어리둥절하게 지켜보던 오구대왕이 신하들로 부터 지난 사장애기를 듣고는 바리공주의 손을 잡았다.

 

"그래 내가버린 막내딸. 네가 나를 살렸구나."

 

한참 기쁨을 나누고 있던중에 길대부인이 먼 발치에 서있는 동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런데 저기 서있는 사람은 누구라더냐?"

 

공주가 말했다.

 

"어머니, 아버지, 제가 부모님 허락도 받지않고 제 마음대로 결혼을 했답니다. 저분은 바로 동대산 동수자님, 이젠 제 낭군이랍니다. 용서하세요."

 

그러자 대왕이 말했다.

 

"용서라니, 용서라니 , 어서 저이를 이곳으로 모시도록하라"

 

동수자가 다가와서 대왕님과 길대부인에게 큰절을 하였다. 대왕님과 길대부인이 동수자의 손을 잡고 말하였다.

 

"그대가 이몸을 살려주었구려"

 

"부디 우리 막내 공주를 행복하게 해주오"

 

그 자리에 모인 만조백관과 백성들이 다 같이 웃으며 기뻐하였다.

 

"오늘은 참으로 경사스러운 날이야"

 

"그럼 그렇고 말고"

 

"이제 우리나라에 좋은 일만 생길거야"

 

장례날이 하루아침에 잔칫날로 변하였다.

바리공주는 궁궐안에서 호사스럽게 사는것을 사양하고 궁궐 밖에 아담한 집을 짓고서 동수자와 살림을 차렸다.

그리고 해동국으로 사신을 보내 비리공덕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융숭히 모셔왔다.

호호백발에 허리가 꼬부라진 두 노부부는 자신을 잊지않고 찾아준 것을 고마워하며 눈물을 흘렸다

 

바리공주는 할머니 부부를 모시고 동수자와 살면서 아들 삼형제를낳아서 훌륭히 길렀다.

그 아들들은 뒷날 인심을 얻어 오구대왕의 뒤를 이어 불라국을 다스리게 되었다.

 

어느날 극락을다스리는 부처님이 제자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저 불라국의 바리공주는 나한테 꼭 필요한 사람이다. 그 마음이 착하여 사람들을 감동시키니 죽은 사람들 죄를 씻어주고 극락으로 인도하는 일을 맡기고자 한다"

 

그리고 상제님들에게 그 일을 청하였다.

상제님이 부처님의 청을 받아들여 바리공주를 오구신으로 삼아 저승가는 영혼을 인도하게 하였다.

바리공주는 저승길 입구의 세 갈래길 근처에 살면서 죽은 영혼들을 회개시켜 극락으로 갈 수있도록 해주게 되었다.

 

동수자는 공주와 더불어 살면서 동대산 약수와 기화요초들을 맡아 다스리게 되었다.

바리공덕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저승세계 나룻터 옆에서 영혼들의 길을 안내하고서 삯을 받으며살게 되었다.

 
출처 : *고자질하는 심장*
글쓴이 : 녹차라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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