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화/세경본풀이[자청비]

[스크랩] *1. 자청비 - 농업의 여신 :한국의 신

실나비 2012. 6. 13. 21:14

 

아주 오래 옛날 주년국 땅에 천하의 부자 김진국 대감과 자진국 부인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많은 전답과 재산을 가지고 비복들을 거느리며 부러울 것 없이 살고 있었는데,

그들에게는 고민이 딱 한가지 있었다.

오십이 되었는데도 슬하에 자식이 없는 것이었다.

 

부부가 어느날 동쪽에 있는 동개남은중 절의 화주승에게 사주를 보니

절에 시주를 하고, 백일 불공을 드리며 정성을 들이면 아들을 볼 것이라고 했다.

부부는 백일을 정성껏 기도하였으나, 

수륙 불공을 드리러 가다 먼 동쪽 대신 가까운 서쪽 서개남무광 절에 갔고,

쌀 백근을 드려야 하는데 달고보니 한근이 모자란 99근이였다.

그리하여 딸을 얻었는데 김진국 대감은

 

"부인님아, 아기씨 이름은 자청하여 태어났으므로 자청비(自請妃 : 스스로 자, 청할 청, 왕비 비)로

이름 석 자 짓는 게 어떠합니까?

 

하여, 자청하여 나은 자식이라 하여 '자청비'라고 불렀다.

세월이 흘러 자청비의 나이 열 다섯이 되었을 때 주천강 연못 빨래터에서

지상의 거무선생한테 글공부를 하려고 하계에 내려온

하늘 옥황 문국성의 아들 문왕성 도령을 만난다.

자청비는 문도령에게 버드나무잎을 띄운 물 바가지를 건네고 문도령에게 첫눈에 반한다.

그리고 자청비는 그를 따라 글공부를 하러 가기로 마음 먹는다.

 

여자가 글 공부를 하면 팔자가 박복해진다며 말리는 부모에게

자청비는 글을 모르면 제삿날 지방도 못쓴다고 반박하여 이에 부모가 마지못해 승락을 한다.

자청비는 자청도령으로 변장하고 문도령과 같이 글공부를 하러 떠나게 된다.

 

두 사람은 한 솥 밥을 먹고 한 방에서 같이 자고, 서당에 같이 앉아 공부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자청도령의 책 읽는 소리나 하는 행동들이 이상하게 여겨 의심하였지만,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아 낼 도리가 없었다.

게다가 글공부 성적은 자청비를 따라 갈 수가 없었다.

 

문도령은 점점 자청비가 여자일지 모른다고 의심을 하게된다.

그러던 어느날 자청비가 은대야에 물을 가득 떠놓고 은저, 놋저를 걸처놓은뒤 잠을 자자

문도령이 그 이유를 물었다.

자청비는 은저, 놋저가 떨어지지 않으면 공부가 잘 된다고 말하였다.

문도령은 자청비 만큼 공부를 잘 하고 싶어 그렇게 하고 자는데,

은저, 놋저가 떨어질까 불안하여 잠을 잘 수가 없었고 오히려 잠을 제대로 못자 공부가 잘되지 않았다.

자청비는 잠을 잘 자니 점차 공부를 잘하게 되었다.

 

문도령은 자청비를 이기고 싶은 마음과, 자청비가 여자라는 것을 밝히려는 마음에

자청비의 성별을 판별할 수 있는 묘책을 생각해 내서 자청비에게 내기를 제의한다.

남자들끼리 오줌발이 누가 더 멀리 가느냐 시합을 하자는 것이었다.

 

자청비는 무척 당황스러웠지만 겉으로는 대수롭지 않게 그러자고 쉽게 응낙했다.

달 밝은 밤 두 사람은 시합을 하는데 자청비가 대나무 막대기를 바지 가랑이에 사이에

넣고 힘을 주니 문도령의 두 배나 멀리 나갔다.

문도령은 달리기, 씨름등 여러 시험을 해보지만 자청비는 그때마다 기지를 발휘 하였다.

결국 문도령은 자칭비에 대한 의심을 버리게 되고 사이좋게 글 공부에 전념하게 된다.

 

3년 뒤 문도령은 옥황의 편지를 받게 되었다.

서수왕 따님아기와 혼인을 하기위해 글 공부는 그만하고 올라와 혼사 준비를 하라는 것이었다.

서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기로 하고 돌아가는 길에 시냇가에 다다른 자청비는 문도령에게

삼년동안 글공부 하였으니 글때나 씻고 돌아가자며 같이 목욕하기를 권하였다.

 

자청비는 자신의 마음을 전할 방법을 생각해 내고 문도령이 목욕하고 있는 윗쪽으로 올라가 버들잎에

'남자, 여자도 구분하지 못하는 바보 멍청아'

라고 써 시냇물에 흘려보내고 집으로 도망치듯이 돌아와 버린다.

 

뒤늦게 자청비가 여자인것을 안 문도령은 자신이 자청비를 연모하고 있음을 깨닿고 자청비의 집을 찾아가게 된다.

자청비는 곱게 옷을 차려입고 문도령을 맞이하며 부모님게 인사 시켰다.

진수성찬을 차려 문도령을 대접하고 혼인을 약속 한 뒤 술 석잔을 나누어 먹고 첫날 밤을 지낸다.

 

다음날 문도령은 빗을 꺾어 반쪽을 나누어 가지고, 박씨를 주며

박 씨를 심어서 박이 줄을 뻗고 익어서 박을 타게 될 때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죽은 줄 알라고 했다.

그렇게 두사람은 재회를 약속하고 눈물의 이별을 하게 되었다.

문도령을 보내고 자청비는 창문 앞에 박씨를 심었지만 박이 익기 전에  돌아온다던 문도령은

돌아올 줄을 모르고 박이 커 가는 것 처럼 자청비의 수심은 깊어만 갔다.

 

한편 자청비네 집에는 정수남이라는 종이 있었다.

이 종은 게으르지만 먹는 것에는 상대할 자가 없는 대식가 였다.

하루는 이를 잡고 있는 정수남이에게

"더럽고 누추하게 두툽상어처럼 먹어 놓고, 일도 없이 바지허리를 뒤집어 놓고

이 사냥만 하느냐?"

며 자청비는 정수남에게 남의 짐 머슴처럼 소와 말을 끌고 가서 땔감을 하러 오라고 일을 시켰다.

소와 말을 몰고 산에 올라온 정수남은 다리도 아프고 해서 한 숨을 쉬고서 일을 시작해야겟다고 생각하고

끌고온 소와 말들을 나무에 묶어 두고, 가져온 음식을 단숨에 먹어 치웠다.

배불리 먹고나니 슬슬 잠이 오는 것이었다.

 

잠시만 눈을 붙이려고 했던 게 동쪽으로 돌아누어 한잠,

서쪽으로 돌아누워 한잠을 자다보니,

몇 달 며칠을 잤는지, 끌고 온 소와 말들은 그만 굶어 죽어 갔다.

잠이 깬 정수남은 삭정이 나무를 산더미처럼 쌓아 주걱 같은 손톱으로 죽은 소의 가죽을 벗겨 가며

고기를 굽기 시작하였는데, 익었는가 한 점, 설었는가 한점 먹다보니 소와 말들이 간 곳이 없어졌다.

 

남은 것이라고는 쇠가죽과 말가죽인데, 정수남은 그것들을 짊어지고 도끼를 둘러매고

집으로 항하여 오다보니 연못에 오리 한마리가 두둥실 떠 있는 모습이 그지없이 고와 보였다.

정수남은 오리를 잡아다가 자청비의 환심을 사야겟다고 마음 먹었다.

소, 말가죽을 길가에 놓아두고 오리를 겨냥하여 도끼를 던졌으나 빗나가고 말았다.

 

도끼를 찾으려고 옷을 벗고 연못으로 걸어들어 갔으나 도끼는 찾을 수가 없었다.

한참을 찾다가 포기하고 연못에서 나왔는데 이번에는 소, 말 가죽은 물론 잠방이까지 도둑 맞고 말았다.

정수남은 발가벗은 몸으로 집으로 돌아갈 수가 없어서, 넓은 나뭇잎들을 모아 겨우 아랫도리만 감추고

동네 어구에 다다르자 둣길로 해서 뒷문으로 집에 들어섰지만 차마 자청비가 무서워 방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정수남은 할 수 없이 장독대에 가서 장독 뚜껑을 쓰고 독안에 숨어있기로 하였다.

헌데, 이때 저녁밥을 지으러고 간장을 뜨러왔던 하녀가 장독 뚜껑이 들썩들썩 움직이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거

가보니 정수남이 벌거벗고 숨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질겁을 하게 되었다.

정수남은 기어코 벗은 몸으로 남의 웃음거리가 되며 자청비 앞에 끌려가게 되었다.

정수남은 자초지종을 묻는 자청비에게

 

'굴미산에 올라보니 하늘 옥황 문도령이 궁녀와 시녀를 데리고 내려와 노는 모습이 하도 재미가 있어 구경하다보니

소와 말은 간 곳이 없고 오리라도 잡아보려고 연못에 뛰어들었다가 옷까지 도둑맞았다'

 

고 거짓말을 했다.

문도령을 보았다는 말에 자청비가 흥미를 느끼자

정수남은 한 술 더떠서 문도령이 모레 오후에 다시 온다는 약속을 하였노라고 거짓말을 더 보탰다.

 

자청비는 문도령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정수남에게 많은 음식을 먹이고, 그곳으로 떠날 준비를 하였다.

자청비는 문도령을 만날 생각에 가슴이 부풀어 하루 낮 이틀 밤을 꼬박 세우고도 피곤한 줄을 몰랐다.

약속한 날이 밝자, 고사를 지내고 남은 음식을 배불리 얻어 먹은 정수남은 꾀를내어 말 안장 아래

소라껍질을 집어 넣었다.

 

자청비가 말에 올라타자 소라껍질에 찔린 말은 요동을 치면서 자청비를 땅에 넘어뜨리고야 말았다.

정수남은 말이 거부하니 할수 없이 자기가 타고 가겠노라고 했다.

자청비는 정수남의 비위를 건드리면 심통을 부릴까 봐 그리하라고 허락했다.

안장 밑에서 소라껍질을 꺼낸 정수남이 말에 올라타고 채찍을 휘두르니 말은 바람같이 십리 밖을 내달았다.

출처 : *고자질하는 심장*
글쓴이 : 노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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