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화/세경본풀이[자청비]

[스크랩] *2. 자청비 - 농업의 여신 :한국의 신

실나비 2012. 6. 13. 21:15

 

자청비는 속은 줄도 모르고 무거운 짐을 들고 가시나무에 옷을 찢겨가며 산에 올라보니,

정수남은 말을 나뭇가지에 걸어 놓고 그늘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자청비는 기가 막혔지만 어찌 할 수가 없었따.

정수남의 욕심과 심술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억지로 고사지내게 하여 고사음식 혼자 먹기,

점심으로 싸온 메밀 범벅 사기 쳐서 혼자 먹기, 옷 벗고 꽁무니 보이며 물마시게 하기,

자청비의 음식까지 모두 빼앗아 먹고는 문도령과 약속한 곳을 알려주려고 하지 않았다.

자청비는 자신이 정수남에게 속는 줄도 모르고 문도령을 만나게 해달라고 사정을 했다.

 

이런 수모를 당하고서도

'물에 비친 네 그림자가 바로 문도령이 시녀 거느리고 노는것'

이라는 정수남의 말을 듣고서야 속은 것을 깨닫는다.

정수남은 자신의 신분도 모르고 응큼하게 자청비의 몸까지 탐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손목을 잡아보려다가 저절당하자, 입술을 원했고, 허리를 안아보려고 했지만 어느것 하나 이루지 못하자

정수남은 벌컥 화를 냈다.

 

자청비는 정수남이 화를 내는 것을 보고는 겁이났다.

이제 곧 어둠이 찾아오면 정수남이 자기를 그냥 살려 두지 않을 것이라는 짐작에 그를 달래었다.

자청비는 정수남이에게 밤을 같이 새울 움막을 지으라고 하였다.

움막을 다 지으면 몸을 허락하겠다고 하자 기분이 좋아진 정수남이는 큰 돌들을 날라다 벽을 쌓고,

나무를 엮어 지붕을 만들어 금새 움막을 완성시켯다.

 

그러자 자청비는 돌 틈 사이로 바람이 들어와 추워 못 자겠다고 하고는 밖으로 나가서 돌 틈새를 억새로 막으라고 하였다.

정수남이가 불빛이 새는 구멍을 열개 막으면,

자청비는 안에서 다섯개를 빼내고, 스무개를 막으면 아홉개를 빼내고 하는 동안 날이 밝아 오기 시작했다.

나중에 움막에 수북히 쌓인 억새를 보고 정수남이는 속은 것을 알았다.

정수남이가 화를 내자 자청비는 요 대신 깔아 놓은 것이라고 달래며 자신의 무릎을 베고 누으면

머리에 이를 잡아 주겠노라며 달랜다.

 

정수남이는 기뻐하며 자청비의 무릎을 베고 누웠다. 밤새 고단하게 움직인 정수남이는 곧 잠이 들었다.

자청비는 청머루덩굴 가지를 꺽어 정수남이의 왼쪽 귀에서 오른쪽 귀까지 관통하도록 찔러 정수남을 죽게 하였다.

말을 타고 집에 돌아온 자청비는 자초지종 애기를 부모에게 하였으나,

부모는 도리어 자청비를 꾸짖었다.

딸은 시집가버리면 그만이지만, 종은 자신들이 늙어 죽을 때 까지 자신들을 돌봐줄 것이라며 자청비에게 나가서

정수남을 살려 오라고 호통을 쳤다.

 

집을 떠난 자청비는 남장을 하고는 서천꽃밭으로 가서 부엉이를 잡아주고는 꽃감관의 막내사위가 된다.

그리고 살 오를 꽃, 뼈 오를 꽃, 환생 꽃을 구한 후 과거를 보러간다고 하고는 정수남이를 살려내 집으로 데려간다.

부모는 이를 보고는 계집아이가 사람을 죽였다 살렸다 한다고 크게 꾸짖으며 집에서 내쫓는다.

한참을 서러워 울면서 정처 없이 걷다 보니 서산에 해는 기울고 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무서움에 떨면서 한참을 뛰어 달리는데 어느 인가에서 불빛이 새어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가까이 가보니 베틀소리가 들려왔다.

 

베를 짜는 주모할미는 그녀를 딱하게 여겨 자청비를 수양딸로 삼는다.

마침 주모할미는 문도령이 서수왕 따님아기에게 장가갈 때 입을 비단을 만들고 있엇는데

자청비는 자신이 그 비단을 짜겟노라고 자청하고는,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감추며 비단을 짜나갔다.

사연을 비단에 무늬로 짜 넣는고 비단 끄트머리에 가련하다 가령비, 자청하다 자청비 라고 새겨넣는다.

 

비단이 다 완성되자 주모할미는 비단을 가지고 하늘나라 옥황에 올라 문도령과 만난다.

문도령은 아름답게 짜여진 비단을 알아보고 자청비를 찾아온다.

자청비는 문도령에게 손가락을 내밀어 보게하고는 바늘로 찌르는데, 이에 화가난 문도령은 하늘로

돌아가 버리고 주모할머니에게서도 쫓겨나게 된다.

 

자청비는 머리를 깍고 스님이 되어 정처없이 떠돌게 되는데,

그러던 어느날, 자청비는 울고 있는 선녀를 만난다.

선녀들은 상사병이 난 문도령이 자청비와 함께 목욕을 했던 물이 먹고 싶다하여 구하러 내려왔으나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자청비는 자신이 찾아줄테니 하늘로 데려가 달라고 하고는 물을 떠준 후 하늘로 올라가 문도령과 재회한다.

 

그러나 문도령의 어머니는 며느리감으로 서수왕 따님아기를 정해놓고 있었기에 둘은 시험을 치르게 된다.

구덩이를 파고 숯을 채운 후 그 위에 칼을 세우고는 그 위를 지나가도록 했는데

자청비는 내려서다 뒤꿈치를 베어 피를 흘린다.

핏자국을 본 문도령의 아버지가 이유를 문자, 여성은 한달에 한번 월경을 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고는

무사히 시험을 통과하여 문도령과 혼인한다.

 

문도령에게 버림받은 서수왕 따님아기는 죽어 새가 되었다고 한다.

이 새가 들면 다정했던 부부가 갈라서게 되니,

사람들은 서우왕 따님아기를 대접하기 위해 잔치 때 신부가 상을 받으면

음식을 조금 떠서 상 밑에 놓아두는 풍습이 생기게 되었다.

자청비는 문도령과 행복하게 살다보니 서천꽃밭에의 막내딸이 생각났다.

그래서 문도령을 서천꽃밭으로 보내며 양쪽을 오가며 보름씩 살아달라고 부탁한다.

 

하늘나라에 변란이 나서 문도령이 독살을 당하게 되자

자청비는 남편을 방에 눕혀두고 서천꽃밭으로 가서

환생꽃을 따다가 문도령을 살려낸다.

그러다 때마침 옥황에 큰 사변이 나

"난을 진압하는 자에게 땅을 나눠주겠다"

는 방이 붙는다. 군사들이 난을 일으켜 나라가 온통 시끄럽자

자청비는 문도령을 대신하여 전쟁터로 나가길 자청하였다.

 

자청비는 서천꽃밭에서 얻어온 멸망 꽃을 뿌려 반란군을 제압하니

옥황의 천자는 크게 기뻐하며, 자청비에게 땅을 주기로 하지만

자청비는 땅을 거절하고 오곡의 씨앗을 받아 7월 보름날 문도령과 인간 세상으로 내려온다.

그리하여 자청비는 농신이 되었고, 자청비가 인간 세상에 내려온 날을 기념하여

칠월 보름에는 백중제를지내는 풍습이 생겨났다.

 

인간 세상에 내려와 보니 정수남이가 배가고파 휘청거리며 걷고 있었다.

자청비는 머슴 아홉에, 소 아홉을 거느린 밭에가서 점심을 얻어 먹고 오라고 시킨다.

그러나 욕만 듣고 쫓겨나자 자청비는 그 밭에 대 흉년이 들게 한다.

 

다시 한번 자청비는 늙은 부부가 쟁기도 없이 호미로 농사를 짓는 밭에 가서

점심을 얻어 먹고 오라고 한다.

늙은 부부는 정수남이를 정성껏 대접하니 그 밭은 대풍년이 되게 해 주었다.

자청비가 문도령과 함께 땅을 파고 씨를 뿌리고 보니 한종류의 씨가 모자랐다.

그래서 자청비는 다시 하늘에 올라가 씨를 받아와 심으니

다른 곡식보다 파종이 한 달 늦으나 같이 수확하게 되었다.

 

그 씨가 메밀 씨이다.

이때부터 문도령은 상세경, 자청비는 중세경이 되어 제주의 농신이 되었고,

정수남이는 하세경이 되었다.

출처 : *고자질하는 심장*
글쓴이 : 노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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