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읍 수산리의 여신 '진(鎭: 진압할 진)안할망'은
성을 쌓을 때 제물이 되어 파묻혀 죽었던 어린소녀의 영혼이었다.
섬나라였던 제주의 주민들은 먼 옛날부터 왜구들의 침략 때문에 고통을 겪어왔다.
이 때문에 섬 동쪽 끝에 위치한 수산과 서쪽 끝의 차귀에 방호조를 두었으며
성을 쌓아 왜구의 출몰에 대비하였다.
성을 쌓을 때의 이야기다.
인근 마을 주민들이 동원되어 부역을 했으나 이 외에 따로 공출을 당해야 했다.
마을주민들은 다 공출을 내었는데 유독 한 여인만 아무것도 내놓지 못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다 내고 있으니 당신도 무엇하나 내놓아야 할 것 아니오"
서슬퍼런 공출관리의 엄포에 여인이 쩔쩔매고 있는데 아이들이 마구 울어댔다.
"집안에 남은 것은 애기들 밖에 없으니 저 애기라도 가져갑서"
집은 가난하였지만 아이들은 많아서 열 두엇이나 됐다.
기가 막힌 관리는 허허웃고는 그대로 돌아갔다.
축성작업은 왠일인지 진행되지 못했고 성을 쌓으면 이유없이 자꾸 무너지곤 했다.
마침 그 때 지나가던 스님이
"왜 주겠다는 아기를 받아다가 바지지 않으시오.
열 세살 잔나비(원숭이띠)띠의 아이를 제물로 바치고
성을 쌓으면 무너지지 않을 것이오."
그때서야 얼마전의 일을 생각해낸 공출관리는 다시 그 집에 가서 아이를 달라고 하니
여인은 망설임 없이 냉큼 건내줬다.
어린 소녀를 땅에 묻고 그 위로 성을 쌓으니 과연 무너지지 않았다.
그래서 성은 무사히 완공됐지만 어느날부터인가 밤마다 소녀의 우는소리가 쟁쟁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마을의 한 아낙네가 제사를 지낸 후 퇴물을 조금 갖다놓으니 그때서야 울음이 그쳤다.
처음에는 수호신으로 모시지 않았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신앙의 대상으로 바뀌었고
영험도 좋았다. 이 신은 마을의 송사(訟事: 송사할 송, 일 사)를 담당했다.
이기는 송사를 지게하고, 지는 송사도 이기게 하는 신이었다.
벼슬길에 오르려는 자나 시험을 치르려는 자의 앞길을 도와주는 신이 됐다.
이 성은 수산진(水山鎭 : 물 수, 뫼 산, 진압할 진) 이 됐는데 사람들은
이 신이 사는 곳이 진(鎭)안에 있다하여 '진안할망'이라고 불렀다.
이 마을에는 아직도 이때 쌓았던 성벽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당시 쌓았던 성은 지금 수산초등학교의 담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북쪽 벽 아래에는 지금도 '진안할망' 이 사는 당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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