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화/한국의 여신들

[스크랩] *아기업개 - 마라도섬의 처녀 당신

실나비 2012. 6. 13. 13:19

최 남단 마라도는 바람이 그칠 날이 없는 금단의 섬이다.

이 섬의 수호신은 어부들의 뱃길을 보호해주고 잠수들이

바다에서 사고를 당하지 않게 하는 처녀신이다.

 

옛날 마라도에는 사람이 살지 않아 이 곳 주변 바다에는 해산물이 풍부했다.

그러나 이 섬에서 어로작업을 하거나 해산물을 채취하면 바다의 신이 노해

반드시 바람이 불고 섬 전체에 흉년이 들고는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섬에 가면 안된다고 출입을 금했으며,

이 때문에 이 섬에는 '금(禁: 금할 금)섬' 이라는 이름이 붙어지기도 했다.

출입이 금지되기는 했지만 어부나  해녀들은 남몰래 이곳에 와서 며칠씩

어로작업을 하는 일이 있엇다.

 

어느 해 봄 모슬포 잠수들 7-8명이 이곳으로 물질을 왔다.

떼배(테우)주인인 상모리 이씨와 그 부인, 부부의 어린 아이와 열세살 난 아기업개

처녀가 같이 왔다.

이들은 마라도 '선비물' 해안에 배를 대고 작업을 시작했다.

왠일인지 이번 물질에는 소라, 전복등 해산물이 많이 잡혔다.

해산물을 자는데 날이 가는 줄 모르고다보니 어느새 일주일이 다가고

양식이 떨어졌다.

 

잠수들이 섬을 떠날 준비를 하기 시작하자 그때까지 잔잔했던 바다가 거칠어지고

갑자기 바람이 불어왔다.

출발하려고 배를 타면 바람이 불고 갯가에 배를 대고 내리면 바람이 누그러들곤 했다.

그러기를 여러 날

먹을게 없어 잡아놓은 해산물까지 모두 먹었다.

잠수들은 '바다의 신이 노했다' 느니 '이제는 살아서 돌아갈 수 없다'는 말들을 주고받았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 가장 나이 많은 잠수가 선주에게 말했다.

 

"어제밤 꿈에 누가 나타나 이르기를 아기업개를 두고 가야지 데리고 가다가는

모두 물속에서 죽으리라 합디다. 어멍도 없고 아방도 없는 아이니 두고 가야겠습니다."

 

"나도 그런 꿈 보이더라"

 

하루밤을 더 묵으니 물이고 양식이고 완전히 바닥이 나서 더 이상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다.

다시 배를 띄워 사람들이 오르자 잔잔했던 바다에 다시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그때 아기 어머니가 소녀에게 말했다.

 

"아이야 저 바위위에 흰 걸렁이배(기저귀)보이지. 깜박 잊고 그냥 왔다. 빨리 강 가져오라"

 

아기업개가 기저귀를 가지러 달려간 사이에 배는 바다 가운데로 빠져나갔다.

아기업개 처녀는 해안에서 같이 데려가 달라고 울부짖었지만 배는 돌아 오지 않았다.

바다는 더이상 거칠어 지지 않았다.

 

배는 모슬포 쪽으로 선수를 돌렸고 서쪽으로 반 바다쯤 나아가니 하늘 위로 지네 형상

구름이 날아 올라갔다.

주민들은 무서워서 더 이상 마라도로 어로작업을 다니지 못했다.

삼년이 지난 후 다시 왔을때 '선비물' 해안의 왼쪽 아기 기저귀를 널었던 자리에는

처녀의 뼈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사람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모슬포 쪽으로만 한없이 바라보고 있다가

그 자리에서 굶어 죽은 것이었다.

 

세월이 흘러서 이 섬에 사람들이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

이 마을 김씨 할아버지의 꿈에 자꾸 그 처녀가 현몽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그 처녀를 위해 매달 7일, 17일, 27일에 그 자리에서

제를 지내고 해상의 안전을 기원하게 됐다.

 

그 이후로는 사람들이 바다에서 죽는 일이 드믈어 졌다고 한다.

죽은 처녀신이여서 '처녀당신'이라고 하지만 세월이 흘러 나이를 먹었다고 하여

'할망'이라고도 부른다.

 

성산읍 신천리와 표선면 하천리의 수호신 중에도 처녀신이 있었다.

'현씨일월'이라고 불리는 여신이었는데 두마을에서는 당굿을 할때마다 반드시

이 처녀신에 대해 무사안녕을 기원하곤 한다.

성산읍 신풍.신천리와 표선면 하천리 '내끼 삼마을'을 설촌한 것은 원래 현씨가문이었다.

 

양반가문이었던 이 집안에서는 어느 해 어여쁜 여자아이가 태어났으나 건강이 좋지 않았다.

이 아이는 나이 세살에 죽었다가 일곱세에 살아나기도 했다고 하며,

열 다섯살에는 큰병에 걸려 죽을등 살등했다.

신이 들린 것이다.

 

열여덟, 열 아홉이 되어도 나을 줄을 몰라 문점을 해봤더니 심방이 돼야 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오라비 현씨 총각은 누이동생을 살리기 위해 배를 마련하여 육지로 나갔다.

누이동생에게 해 입힐 무복을 장만하여 돌아오던 청년은 신천리 앞바다에 이르렀을 때

풍파를 만나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이에 절망한 누이동생은 '나만 살아 무엇하랴'하고 신천리 '연뒤'앞바다에 빠져 죽고말았다.

마을사람들이 시체를 건져다가 '신낭밭'에 묘를 마련해줬으나

처음에는 아무도 현씨 처녀에게 제사를 지내주지 않았다.

이 무덤에는 밤낮없이 요령소리가 울리곤 해서 마을 사람들이 괴이하게 여기곤 했는데

어느해 현씨 가문에 여자아이가 큰 병에 걸렸다.

 

백가지 약을 써봐도 낫지를 않아 점장이에게 문점을 했더니

현씨처녀의 원혼이 의탁했다는 것이었다.

이때 현씨집안에서는 이 처녀를 위해 큰 굿을 해서 병이 나았는데

그 후로 마을 사람들은 당굿을 할때마다 현씨처녀를 위한 상을 따로 마련하여

원혼을 위로하고 있다.

 

출처 : *고자질하는 심장*
글쓴이 : 노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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