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화/한국의 신화,설화.

[스크랩] 천년 여우의 천적, 삼족구(三足狗)

실나비 2013. 2. 21. 13:32

[ 천년 여우- 구미호의 천적, 삼족구(三足狗) ]

 

 - 바탕 -
  날짐승은 대부분 두 발이고, 길 짐승은 대부분 네 발이다. 그런 가운데서 세 발이라 함은..

이러한 보통의 동물과 다르다는 점에서 기이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당연히 신성한 동물일 수밖에 없다.

부정적인 의미가 됐든 긍정적인 의미가 됐든 따지기 이전에 말이다. 두 발이어야 할 까마귀가 발을 하나

더 가져 태양이라는 신성한 공간에 존재하게 되면서 신성한 동물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세 발 달린 동물은 생소한 것 같아도 신화 속에선 새삼스러울 것 없을 만큼 뚜렷이 존재하고 있단 말이다. 삼족구(三足狗) 역시 동양계 설화나 민화로 전해지는 영물(靈物) 중 하나다. 더욱이 더 재밌는 건-

달리 3 에 엵이는 다른 영물들과 달리, 우리에게 있어 훨씬 가까운 곳에서 우리와 함께 하는 동물이라는

부분이다.


  삼족구(三足狗)는 글자 그대로 다리가 세개 밖에 없는 개를 말하는 것이며, 주로 뒷다리는 두 개고

앞다리가 하나 밖에 없는 개로 그려진다. 삼족구가 앞서가고 그 발자국을 따라가면 빨리 걸을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그리고 삼족구는 구미호를 퇴치하는 개 이니만큼 굉장히 사납고 거친데,

스스로 주인을 선택하고 그 주인에게만은 사납지 않다고 하는 특징도 있다고 한다.
가장 친근하고 사람들의 친구로 오랫동안 지내온 "개"라는 존재가, 신성한 숫자로 받아들여지는 3 이

결합되면서 가장 강력한 심판자로 받아들진것 이 바로 "삼족구" 인 것이다.

그런 삼족구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재주라고 알려져 있는 것은 바로 "구미호 잡는 개"라는 것.
  그 밖에도 동양계 여러 설화집 등에서는 사람의 손톱을 먹고 사람으로 둔갑한 쥐를 퇴치를 하거나,

주인을 잡으러 온 저승사자까지도 물리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 만큼 충실한 영물로 나타난다.

물론, 삼족구가 어떻게 요물이나 저승사자, 귀신을 퇴치하는지 정확하게 나와있지는 않지만.

우리가 삽살개를 두고 오래전부터 귀신을 물리치는 개라 하는 것과 비등한 것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삼족구는 성질이 비슷할지언정- 삽살개와는 크기면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설화나 민화가 바탕이다 보니, 때때로 삼족구는 제 몸의 크기를 자유자재로 변화할 수 있다고 하는

소리도 있는데- 대게는 도복 주머니에 들어갈 만큼이나 작은 체구를 유지하는 개로 알려져 있다.
  그럼, 그런 신비한 영물(靈物)인 삼족구가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살펴보자.


< 1 > - 귀신으로부터 명당과 사람을 지켜낸 땅의 파수꾼!
  첫 번째로- 제주시 애월로부터 전해내려오는 설화를 보면 다음과 같다.
  어느 날 애월 마을로 찾아 온 유명한 지관 한 사람이 늦은 시각까지 길을 재촉하다 너무나 허기가 지고

피곤함에 못 이겨 마을 변두리의 농부내외를 찾아 하룻밤 묵어 갈 것을 청했다.

하지만 가난한 농부 집안은 몸을 누이게 해줄 수는 있었어도 식사까지는 대접해줄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는데, 그럼에도 부부는 손님에 대한 도리를 지키고자, 지관에게 제사상을 위해 아껴두었던 쌀로

밥을 지어 식사를 대접했다.
  지관은 나중에 그들의 착한 성심과 딱한 사정을 알고 도움을 주고자, 명당자리를 찾아 집을 지어주고는

그 집에 농부내외를 들여 살게 해주었다. 하지만 그 땅은 귀신도 탐낼 만한 땅이라-

지관은 그 땅에 사는 것이 30년을 넘겨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리고 과연, 그 땅은 명당이라

집을 옮기게 된 농부내외는 금세 재산이 불고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호의호식에 걱정근심을 잊은 농부는 곧 지관이 당부한 30년이 지나가는 것도 잊어버리고 말았다.

 
  이내, 30년이 지나는 날. 웬 여자가 농부의 집을 향해 다짜고짜 뛰어들더니 대들보에 목을 메어

자살을 하는 일이 생겼다. 심지어는 뒤이어 그녀의 남편이란 자가 나타나, 이 집 주인이 아내를 겁탈하려

하는 통에 정숙한 자기 부인은 지조를 지키고자 목숨을 끊은 것이라며 농부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고는

관가에 고발해버린 것이다. 마을 사또는 억울함을 주장하는 자의 그럴싸한 말에 넘어가 농부를 가두었고,

곧 사형이라는 엄포를 내려버렸다.  
  시한부가 고해진 농부의 상황에 안절부절 못하던 그의 아들은 문득 지관의 말을 떠올리곤

서둘러 지관을 찾았고, 사정을 설명한 뒤 간곡하게 도움을 청했다. 지관은 고민 끝에 산기슭 신당에 가면

발이 셋 달린 개(삼족구)가 있을 터이니 그 개를 데리고 가 보라고 일러주었다.

아들은 급히 문제의 개를 찾아 안고 관가로 달려갔는데- 관가에 들어서자마자 개는 죽은 여인의 남편임을

주장하고 있는 사내에게 달려들어선 물어뜯기 시작했다. 그러자 남자는 이내 여우의 모습으로 변하더니

혼비백산 도망가버리는 게 아닌가. 더욱이 남자가 도망가 버리자 죽은 채 누워있던 여자도 벌떡 일어나

달아나기 시작했다. 삼족구는 달아나는 여자의 엉덩이를 물었는데, 놀랍게도 여우 꼬리가 떨어져나왔다.
  덕분에 농부는 누명임이 증명되어 사형을 면하게 되었고, 그의 아들은 삼족구를 신당에 돌려주기 위해

찾아갔다. 하지만 신당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고, 당황해서 지관을 찾아가니-

삼족구가 착한 사람을 알아보고 맘에 든 모양이라며 곧 그들의 가족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삼족구는 농부 내외의 가족이 되었고, 땅을 탐내어 농부 내외를 해치려 하는 귀신들을 물리쳐주며

잘 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 2 > - 은나라를 휘두르던 요물을 잡은 용맹한 사자(使者).
  그 외에도 가장 유명하게 알려져 있는 이야기는 전남 함평군 엄다면에서 구전으로 전해져 온 것으로

중국을 이야기의 무대로 한 삼족구(다리가 셋 달린 개)의 이야기가 있다. 그것은 다음의 내용과 같다.
  중국 고대 은나라의 마지막 임금인 천자(중국의 황제를 일컬음), 주왕은 폭군으로 그 명성이 자자했다.

대개 폭군 곁에는 요염한 여자가 있게 마련. 고고하고 표독스럽고, 뜨거운 동시에 얼음 같고

조용한 가운데 격동이 있으며, 진한 아름다움 속에 잔학함이 깃들어 있는- 사내를 휘두르기에 능통한

독부(毒婦), 달기‬(○己)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녀는 주왕이 점령했던 오랑캐 나라에서 공물로 보내온

여인이었는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긴커녕, 여봐란 듯이 주왕의 혼을 완전히 빼앗아버렸다.

그리고 주왕의 포악함은 이 달기를 만나면서 한층 더 심해져 갔다.
  그녀는 사랑하는 주왕을 비방하는 자들을 감히 용서할 수 없으니 벌을 주어야 한다는 명분하에

기름을 발라 미끈거리는 둥근 구리 기둥을 준비해달라 하여- 그 아래에 숯불을 지펴 달군 뒤,

죄를 범했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을 잡아들여 그 위를 걷게 만들었다. 물론, 온전히 다 건너기만 하면

살려주겠다 했지만 뜨거운데다 기름으로 칠해놓지 않았던가. 대부분은 얼마 못 가 미끄러져

기둥을 달구고 있는 화염 속에서 몸부림치다 생을 마치게 된다. 이것이 이른바 포락지형(炮烙之刑)인데.

아름다운 미색을 가진 여인이 모두가 포악하다 비방하며 멀리하는 자신에게 애정을 보여주는데다

자신을 비방하는 자들을 두고 마치, 제 일인 양 분개하는 품새가 폭군으로서 고독하게 군림하고 있던

주왕으로서는 여간 어여쁠 수밖에 없는다. 결국- 사람이 눈앞에서 타 죽어가는 것에도 그는 형을 보고

마냥 즐거워하는 애첩에게 눈이 멀어 끔찍한 줄도 모르고 있을 지경이었다.


  날이 갈수록 경악할만한 학정이 심해지고, 그것이 대부분 곧 주왕 곁에 있는 달기에 의해서 조장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은 의심하기 시작했다. 달기는 포락지형 같은 것을 어떻게 좋아할 수 있는 것인가.

측은지심을 가진 인간이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의문은 더욱 깊어졌고,

이윽고 사람들은 달기가 사람이 아닐 것이라고 상상하며 단정짓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이 아니라면-

첫 번째로 짚이는 것이 꼬리 아홉 달린 구미호. 폭군이던 주왕이 색을 너무 밝힌 나머지 오랑캐가 내어 준

그녀가 구미호의 변신임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에 사람들의 의견이 모였다. 그렇다면 의문이 말끔히

사라진다고 생각했다. 구미호는 사람을 잡아먹고 살기에 적당히 구워놓은 시체를 먹이로 보았을 것이고,

이 때문에 포락지형을 좋아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폭정과 학정에 나날이 시달리며 죽어가던 백성들의

최종결론이었다.
  허나, 의심의 눈길이 자기를 싸고돌아도 달기는 전혀 근심하지 않았다. 주왕의 여자인 자신을 감히 누가

어쩌지는 못할 것이란 믿음이었다. 단 한 사람, 당대 최고의 책사라는 강태공만은 그녀를 두렵게 했다.

달기는 주왕의 곁에 온 후- 처음으로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한동안 제대로 웃지도 어울리지도 않았다.

그러자 역시나 주왕은 그녀에게 원하는 것이 있으면 뭐든 들어줄 터이니 말만 해보라 하는 것이 아닌가.

달기는 기다렸단 듯이 빛나는 구슬로 지은 집을 갖게 해달라고 생떼를 쓰기 시작했다.

과연 구슬로 집을 지을 수 있는 사람이 있겠느냐는 주왕의 물음에 달기는 곧장 강태공을 지목했다.

강태공에게 구슬로 집을 짓게 명령한 다음, 그럴 수 없다고 하면 그것을 이유로 죽일 심산이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이 강태공을 없애기 위한 계교몄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주왕의 부름을 받고 입궐한 강태공은 주왕 곁에 서 있는 여인이 범상치 않음을

단번에 알아챘고 구슬로 집을 충분히 지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고는 일단 물러나 그대로 달아나버렸다.


  달아난 강태공은 세월을 낚는 낚시(구부러진 바늘을 쓰지 않는다는 신선낚시)에 몰두하다가

주나라 문왕을 만나 그를 보좌하게 되었고, 무왕 때에 이르러 은나라를 치기 위한 역성혁명을 일으켰다.

군사를 이끌고 주왕과 달기에게로 향하는 강태공의 옷자락 속에는 어째선지 거창한 무기가 아닌

세 발 달린 개(삼족구)가 숨겨져 있었다. 마침내 궁궐까지 들이닥친 강태공은 삼족구를 풀었고,

삼족구는 구석진 방에 숨어있던 주왕과 달기를 발견해 사납게 짖으며 달려들어선 달기의 목을 물고

늘어지더니 세차게 패대기쳐 버렸다. 달기의 몸은 축 늘어져 죽은 듯 보였는데-

차츰 꼬리 아홉달린 여우로 변하더니 이내 도망가려 발버둥치다 죽어버렸다.

물론 주왕 역시 정사를 살피는 눈을 잃어버린 상태였고, 폭군으로 자자했던지라 강태공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그렇게 은나라는 멸망하고 주나라가 중원을 지배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실제 은나라 주왕의 애첩이었던 달기는 성격이 포악하고 잔혹해 도저히 인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는 평판에 따라, 구미호가 변신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전할 정도였던 것에

강태공이 주 무왕을 보필하여 은나라를 멸망시키고 주나라의 천하가 되도록 한 실제 역사 이야기를 엮어,

슬그머니 삼족구를 집어넣은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되고 있는 내용이다.

<강태공실기姜太公實記> 등의 중국 이야기에서는 원래 강태공이 신병(神兵)을 몰아 요부이던 달기를

죽이는 것으로 되어 있다고 하는데- 이것이 우리나라로 전해지면서 삼족구로 변한 것이다.

이로 볼 때 삼족구는 둔갑한 여우를 알아보고 죽일 수 있는 신성한 동물로, 우리 민족의 독특한 상징임에

틀림없다 할 수 있는 부분이다.


< 3 > - 정사에 흐려진 궁예를 심판에 올린 영물(靈物).
  그 밖에도 강원도에서는 궁예 이야기 속에 이 삼족구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궁예는 강원도 철원 쪽에 후고구려를 세우기 위해 궁궐터를 잡으려했다. 원래 금학산을 안으로 정하고

고암산을 뒤로 삼으려 했지만, 부인의 충고를 따라 그 반대로 정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사실 원래대로 했더라면 풍수학상 천 년을 지속할 수 있는 나라가 됐을 것을 여자의 말을 들어

실책을 범한 것에 금학산이 노여워하는 바람에 30년 만에 끝나는 비운을 맞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통괄적인 궁예의 이야기이다.
 궁예의 판단을 흐리게 한 때문인지- 그저 우연인지 이야기 속에서는 그가 왕이 된 지 20년 쯤 되었을 때

구미호에 의해 그의 왕비가 죽임을 당하고 대신 변신한 구미호가 왕비 노릇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여우 농간을 알아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마도 여우의 변신이 그 유명한 달기만큼이나

아름다웠던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왕비의 아름다움이 갑자기 찬란해지면서 궁예는 그녀 앞에

사탕을 조르는 어린아이가 되고 말았다. 비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 하게 되었다.

 

  원래 사람고기를 좋아는 여우가 둔갑한 왕비는 사람이 죽는 것을 보면 무척 즐거워하며 웃곤 했는데,

이를 지켜보던 궁예 역시 무척 만족스러워 했다고 한다. 때문에 언제부턴가는 잘못한 일로 잡아들인

사람들을 죄의 경중과 관계없이 무차별 처형하게 되는데, 특히 잔인하게 죽여야만 왕비가 더욱 좋아하며

자신에게 살갑게 대해주었기 때문에 궁예는 점점 더 처참하게 사람들을 죽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대신들은 왕비의 이러한 악독함을 보고 차츰 사람이 아닐거라 의심하던 끝에 구미호가 둔갑한 사실을

눈치 채게 되었다. 물론 아무도 궁예에게 이를 얘기하지는 못했다. 급기야 무슨 방책이 없나 하고

비밀리에 의논을 하게 된 끝에 뜻밖에 삼족구가 변신한 여우를 잡을 수 있는 유일책임을 알게 되었다.

이때부터 백방으로 삼족구를 찾아 나선 대신들은 서울 송파의 어느 집에서 뒷발이 둘, 앞발이 하나인

개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혹시나 하여 찾아가 보니- 젖을 땔 만큼 되었는데도 전혀 자라지

않은 그야말로 조그만 강아지였다. 그럼에도 발만은 유난히 커다랗고, 거기다 눈알은 빨개서

그 작은 것은 감히 똑바로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아주 무서웠다.

  대신들은 그것이 보통의 개가 아니라고 확신하며 주인으로부터 잠시 데리고 왔고,

궁궐의 조회가 있는 날- 도포 소매 속에 몰래 넣어 가지고 들어갔다가 왕과 그 비 앞으로 꺼내놓았다.

그러자 삼족구는 곧 비호처럼 달려들어 왕비의 목을 물어뜯었고, 왕비가 곧 여우로 변하여 죽고 말았다.

사람들은 그 소문을 듣고 여우가 정치를 해서 죄 없는 사람들을 불에 태워 죽였다고 분개했으며

민심은 서서히 궁예를 떠나가게 되었다. 그로부터 10년 후, 궁예는 결국 망하고 말았다는 것이

궁예 이야기 속 삼족구 일화이다.


- 정리 -
 이러한 삼족구 이야기는 패망한 나라의 어두운 역사를 초자연적인 상상의 세계로 끌어들여

철저히 깔아뭉개려는 승리한 자의 역사 인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둔갑한 여우에 의해서 나라가 망했다고

함으로써 이미 그 나라는 천명을 잃었었다는 인식을 자연스럽게 심어주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역사상 패망한 나라를 여럿 두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류의 이야기는 훌륭한 창작 소재가 되었다.

특히나 가부장적인 기질이 강했던 과거- 남자가 여자 말을 들으면 못 쓴다는 사대부의 대표적 가르침까지

곁들여, 삼족구는 대게 남자답고 강렬한 기질을 나타내는 것으로 표현되며, 동시에 부정을 심판하는

사자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재밌는 것은 삼족구가 다른 전설 속의 동물들과는 다르게 색다른 감흥을 준다는 것이다.

개를 닮았다고 하면 다른 것들은 모두 다리가 넷인데 삼족구만이 다리가 셋이었다는 것은 무엇인가가

부족하다는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아무리봐도 못난 것이지 신비할 것은 없을 텐데.

그럼에도 삼족구의 이야기란 우리의 이러한 생각과 달리 그들이 신이하고 신성한 동물로 보여지게 만든다.

똑같은 다리가 셋 뿐인 영물이라도 삼족오처럼 태양과 같은 접근불가능한 곳이 아닌

항상 우리 곁에 존재하며 사악한 존재인 구미호를 물리칠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을 지닌 존재로 말이다.
  뭔가 부족한 듯 보이는 게 오히려 신비한 능력을 지닐 수 있다는 인식. 과잉이 아닌 결핍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단 상식을 뒤집은 발상. 이야기란 것엔 이러한 전복의 묘미가 즐겁다.

꼬리가 하나도 아니고 아홉씩이나 달린, 넘치는 능력의 천년 여우가 불과 이제 막 젖을 뗀, 그것도 다리가

하나 부족한 몸으로 태어난 조그마한 강아지에게 보기 좋게 당하는 이야기는 그래서 충분한 매력을 보인다.

모자람이 때로는 넘치는 사악함을 물리칠 수 있는 유일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그들의 설화를 통해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 받침 -
  다리가 셋밖에 없고, 몸집도 작은데 삼족구가 신성한 동물로 받아들여 지는 것에 대한 받침은

바로 숫자 "3"과 관련되었기 때문이다. 익히 알다시피 우리나라에서 숫자 "3"의 의미는 굉장히 큰 편이다.

그래서인지, 숫자 "3"과 관련된 신성한 동물은 삼족구를 포함해 꽤 다양하다.
 태양에 산다는 발 3 개 달린 까마귀 "삼족오(三足烏)".
 달에 산다는 다리 3 개 달린 두꺼비 "삼족섬(三足蟾)". 
 그리고 삼재 부적으로 쓰이는 머리 3 개 달린 매 "삼두매(三頭鷹)"까지.
이렇듯 우리나라에서의 숫자 "3"은 음양 합일의 조화가 완변하게 이루어진 숫자로 인식되기 때문에

이런한 이유를 받침으로 동양에서 < 3 >에 얽힌 동물들이 신성한 영물로 받아들여 지는 것이

썩 이상한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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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그냥 호기심이 일어서 알아본 건데.. 얘기가 참 많네?

삼족오- 까지는 알았지만 삼족섬은 또 처음 듣고?! 삼두 매가 삼재 부적이라는 것도..;;

가끔보면... 서양보다도 신기하고 오묘한 것들이 잔뜩~ 있는 우리 동양의 땅.. 이라는 생각이 든다!ㅋ;;

출처 : Blacky의 검은 환상곡
글쓴이 : Blacky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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