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화/한국의 신화,설화.

[스크랩] 무속신화에 나타난 꽃밭의 의미 연구

실나비 2015. 1. 27. 18:50

무속신화에 나타난 꽃밭의 의미 연구


                                                      김창일(경남문화재연구소 연구원)




[요약]

 한국 무속신화에서 꽃밭 화소는 아주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그만큼 꽃밭은 여러 각도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되어져야할 필요가 있기에 그 일환으로 무속신화에 나타난 꽃밭의 의미에 대해 살펴보았다.

 꽃을 생명의 기원으로 여기는 의식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인류공통으로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신화 속에 흔적으로 남아 재현․반복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 무속신화에서는 꽃의 생명성에 그치지 않고 꽃밭이라는 특수공간으로서의 이계가 설정되어 있어 주목된다.

 굿은 인간세계의 흐트러진 질서를 다시 원상회복하기 위한 제의라 할 수 있다. 무속신화의 꽃밭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현상계를 위한 생명의 공간으로 설정될 수 있다.

 둘째, 꽃밭은 인간이 신으로 좌정되기 위한 중간단계, 조상신으로 가기 위한 중간단계, 저승으로 가기 위한 중간단계로 설정될 수 있다.

 셋째, 꽃밭은 악을 징치하고 이승의 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한 공간으로 설정될 수 있다. 즉 꽃밭은 악이 선을 누르고 이승을 차지하지 못하도록 지켜주는 방패막이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넷째, 꽃밭은 현상계와는 다른 차원의 공간이면서 신성한 공간이고, 현상계의 원리와 신계의 원리가 교차하는 별도의 공간이다. 한국무속신화에서의 꽃밭은 이승도 저승도 아닌 신과 인간이 공존하는 신성공간으로서의 이계로 규정될 수 있다.

 꽃밭이라는 하나의 공간이 이렇게 복합적인 양상를 띠고 있기에 어쩌면 논리적으로 모순된다고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것 또한 한국무속신화의 한 특징인 것이다. 지금까지 꽃밭에 대한 정의는 본향 혹은 생명의 공간으로 대변되었다. 그러나 한국무속신화에 나타나는 꽃밭은 단일하고 일률적으로 설정하기에는 너무나 복합적 의미를 띠고 있음을 확인 할 수가 있었다. 



1. 서 론


 꽃이 지니는 주력에 대한 믿음은 한국뿐만 아니라 인류 공통으로 原古부터 있어 왔던 것으로 보인다. 젊은 처녀가 장미 꽃잎을 먹은 후 임신을 한다든지, 마르스와 쥬피터와 관계하지 않고 쥬노로부터 태어나는데 쥬노가 여신 풀토라에 의해 꽃으로 몸에 닿았기 때문이라는 것1) 등은 꽃이 지닌 생명력에 대한 믿음은 세계적으로 공통성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고대인들이 매장의식으로 꽃을 뿌렸다는 고고학적 증거물로 네안데르탈인2)과 한국의 흥수아이가 있다.3) 네안데르탈인은 이미 10만년 전에 주검에 황토칠을 하고 그 위에 꽃을 덮어 주는 의식을 행하였고, 청원 두루봉 2호 동굴에서 발견된 흥수아이 역시 꽃을 뿌려 매장의식을 행하였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와 같이 꽃을 생명의 기원으로 여기는 의식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인류공통으로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신화 속에 흔적으로 남아 재현․반복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 무속신화에서는 꽃의 생명성에 그치지 않고 꽃밭이라는 특수공간으로서의 이계가 설정되어 있어 주목된다. 

 한국무속에서 꽃밭은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본 연구에서는 무속신화에 중심을 두고 논의하고자 한다. 꽃과 꽃밭 화소가 나타나는 무속신화4)에서 이들은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그 의미와 양상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각 무속신화는 여러 이본이 있고 그 중에는 꽃밭 화소가 아닌 다른 화소로 대치되는 신화들도 있다.5) 그러나 연구대상으로 삼은 무속신화에서의 꽃과 꽃밭 화소는 대체적으로 유사한 형으로 나타나기에 특정 본을 선정하지는 않았다.

 무속신화에 나타나는 꽃과 꽃밭에 대해서는 이수자와 조흥윤의 연구가 대표적이라 할 만하다. 이수자는 꽃의 죽이고 살리는 기능을 중심으로 설명을 하고 있다. 서천꽃밭이란 인간생명의 원론적인 문제를 다루고 해명해 주는 신화적 생명공간의 성격을 갖고 있으며, 사람의 생명을 시작하게 하고 끝맺게 했던 생명원천의 특수공간이며, 큰굿 속의 신화를 형성한 집단이 창조해낸 바의 독자적인 신비공간으로 규정하고 있다6)

 조흥윤은 꽃은 재생을, 꽃밭은 저승이면서 본향7)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수자8)와 조흥윤의 연구에 있어서 꽃과 꽃밭은 재생과 생명의 공간으로 귀결된다. 분명 꽃과 꽃밭은 재생과 생명의 공간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의심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한국 무속신화에서 꽃밭은 다양한 양상과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학문적 추세는 지나치게 한쪽으로 의미부여를 하고 있음을 지적치 않을 수 없다.

 무속의례에서의 지화는 신이 하강하는 통로이며, 신이 가장 먼저 접하는 대상이다. 신을 위해 봉양하는 꽃이며, 신을 부르고 모시고 놀리고 보내는 꽃이기도 하다. 또한 의례 속에서 신이 깃들어져 있다고 믿어지기도 한다. 이처럼 무속에서의 지화가 여러 가지 의미를 함축하고9) 있듯이 한국무속에서 꽃밭은 생명의 공간이나 본향 이외에도 다양하고 복합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에 무속신화에 나타난 꽃밭의 여러 양상들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겠다.   본 연구는 기존의 선행연구 성과들을 인정하면서 그 기반 위에 벽돌 하나 올려두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   




2. 현상계를 위한 생명의 공간

 지금까지의 무속신화의 꽃밭 연구에서 가장 강조되는 것이 바로 생명과 재생이다. 본 장에서는 그저 막연한 생명의 공간이 아니라 좀 더 구체적으로 현상계를 위한 생명의 공간임을 몇몇 근거를 들어 밝히고자 한다. 그리고 생명과 재생이 어떤 무속신화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확인하고 그것의 실제에 좀 접근해보도록 하겠다. 

 조흥윤은 서천꽃밭을 이상향 즉 본향이라 보고 있다. 그가 생각한 본향은 “죽은 조상들이 거하며 또한 자신이 죽어 돌아갈 곳, 성(姓)주고 씨(氏)준 곳으로의 우리의 조상이 묻혀 있는 곳 혹은 그리움과 신화와 상상력의 세계로서의  꽃과 재생이 살아 숨쉬는 새남의 세상, 국조(國祖) 단군이 산신이 되어 살아 있는 곳, … 저승으로서 사계절 꽃이 피고지는 세계이다.”10) 요컨대 무속신화에 나타나는 꽃밭을 한국인이 생각하는 이상향으로서의 저승으로 설정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일정 부분 공감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모호하면서 약간은 막연한 설정으로 여겨진다.

 무속신화에서의 꽃밭은 혼돈 속에 빠진 이승을 질서의 세계로 원상회복시켜주는 구실을 하는 공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공본풀이나 바리공주, 세경본풀이, 문전본풀이에서의 꽃밭은 우리가 영원히 머물러야할 이상향이 아니라 현상계의 살아있는 사람을 위한 공간으로 간주된다. 즉 한국무속신화에서 꽃밭은 파괴된 현실의 세계를 원상으로 되돌려놓기 위한 매개 공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무속에서는 사람이나 귀신이냐를 불문하고 그리워해야 할 이상향의 위치는 현실세계이다. 그런데 그 현실 세계가 질서와 조화를 잃은 것이 굿판을 벌일 수밖에 없는 현재적 삶의 상황이다. 인간 삶의 현실은 그러니까 음양적 균형과 시공간적 우주 질서가 파된 이상향인 셈이다. 굿은 그 파괴된 균형과 질서를 원상회복함으로써 현실을 이상향으로 만들기 위해 마련된 신성한 시 ․ 공적 상황인 것이다.11) 무속신화도 이러한 굿판의 구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바리공주에서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파괴된 현실을 정상으로 돌려놓기 위해 꽃밭에 가서 생명의 꽃을 가져오는 것이나, 이공본풀이에서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파괴된 현실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 할락궁이 서천꽃밭에서 생명의 꽃을 가져와 어머니를 살려내는 것, 세경본풀이에서 부모님으로부터 쫓겨난 것을 만회하기위해 자청비가 서천꽃밭에 가서 생명의 꽃을 가져와 정수남이를 살려내고 기지로서 위기를 모면한 후 환생꽃으로 문도령을 살려내며, 문전본풀이에서 칠형제가 계모에게 죽은 어머니를 살려내는 것, 그리고 생불할망이 아이들을 사산(死産) 시키고 질병을 일으키는 구삼승할망과 마마를 심하게 앓게 하는 대별상신을 굴복시키고 아이의 출산과 양육을 도와 현세를 바로 잡는 이야기 등은 모두 파괴된 현상계를 다시 원상회복시키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라 하겠다. 서천꽃밭이 저승에 존재하는 이상세계로서의 본향이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고 있는 현상계를 위해 존재하는 공간임을 신화에서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천지왕본풀이에서 미륵과 석가가 인세를 차지하기 위해 꽃피우기 경쟁을 했고, 삼승할망본풀이에서 동해용왕 딸과 멩진국따님애기가 삼신의 자리를 놓고 꽃피우기 경쟁을 한 것이다. 한국무속신화의 세계에서 꽃을 피운다는 것은 인간세계를 다스리는데 필수불가결한 요건으로 받아들여진다.

 다음의 예가 좋은 단초가 되리가 여겨진다.


 1968년 3월 7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 산 7번지에 사는 장명훈(남 42세)씨의 강신 체험을 보면, 장씨는 7세 때부터 마음이 들떠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 그가 21세 되던 해 아버지 생신에 소를 잡아서 그 고기를 먹었는데 들뜬 마음이 더욱 심해지면서 앓아눕게 되었다.

 … 어느날은 대문으로 하얀 할아버지 한 분이 호랑이를 데리고 백두산이라 쓴 기를 손에 들고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조금 지나 그 뒤로 덕물산 최영 장군(崔瑩將軍)이 짚신 신고 칼을 들고 들어왔다. “저분이 누구냐”고 물으니 귓속에서 “최영장군이다”라고 신명을 일러주었다. 그래 장씨가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는데 하늘에서 명주 두 필이 늘어져 내려왔다 사다리가 되었으니 올라오라는 분부가 하늘에서 내렸다. 장씨가 명주 사다리를 타고 하늘에 올라가 보니 점잖고 위풍 있는 대왕 두 분이 않아 있다가 “너는 꽃밭에 물을 줄 사람이니 어서 내려가라” 하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누군가가 발길로 차서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 그가 떨어진 곳은 백사장이었다.12)

 이공본풀이에서의 사라도령이 옥황의 명을 밭고 서천꽃밭에 꽃감관으로 가는 과정과 장명훈씨가 대왕님의 명을 받아 하늘로 올라간 후 꽃밭에 물줄 사람으로 임명되는 과정이 유사함을 알 수 있다. “꽃밭에 물을 줄 사람이니 내려가라”는 말은 무슨 의미이겠는가. 꽃밭에 물을 준다는 것은 꽃밭을 가꾸어 생명의 꽃을 피울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의미한다. 사라도령이 서천꽃밭에 물을 주는 꽃감관를 맡아 생명의 꽃을 피워내었기 때문에 할락궁이가 그 생명의 꽃으로 어머니를 살려내고 악을 징치할 수 있었던 것처럼 이제 장명훈씨는 인간세상을 위한 임무를 부여 받았음을 의미한다.

 세경본풀이의 자청비가 정수남이를 살려내고 문도령을 살려 낸 꽃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문전본풀이에서 칠형제가 서천꽃밭에서 생명의 꽃으로 어머니를 살릴 수 있었던 것도 꽃감관이 꽃을 가꾸었기 때문이다. 천지왕본풀이에서 인세를 차지하기 위해 꽃피우기 시합을 하는 이유 역시 꽃을 피워 낼 능력이 곧 인간세상을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던가. 장명훈 무당은 이제 꽃밭에 물을 줄 능력 즉 신의 힘을 부여받은 무당으로서 살아가야함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공본풀이에서 사라도령이 시들어 가는 꽃들을 피우기 위해 쉼 없이 물을 퍼 나르는 노고를 아끼지 않아 파괴된 인간 삶의 균형을 회복시켜 놓는 것이나, 멩진국따님애기가 사만오천육백 가지의 번성꽃을 피워내어 검뉴울꽃(시드는 꽃)을 피워낸 동해용왕 딸을 저승할망으로 보내고 자신은 인간세계로 내려와 아이를 점지해 주는 것은 꽃이 저승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들이 삶을 살아가는 현세를 위한 용도임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즉 꽃은 인간세계의 삶과 죽음, 선과 악의 구획을 통한 질서를 잡아주는 구실을 수행한다. 그렇기에 꽃을 얼마나 잘 피울 수 있는가하는 능력이 이 세상을 차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를 통해 내세가 아닌 현세가 무속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무속신화에서의 꽃밭은 도교에서 말하는 이상세계로서의 선경과는 다르다. 우리 민족은 도교의 선계를 지극히 유토피아적인 세계로 이해하였다. 그곳은 죽음이 없으며 궁전은 화려하고 황금으로 장식된 뜰과 백옥의 계단이 있으며 진주가 가득하다. 또 의식주의 부족함이 없고 노동을 할 필요가 없으며 밤낮없이 仙酒를 마시고 시를 짓고 춤추며 노래한다. 그곳은 奇花妖草가 만발하고 전혀 때 묻지 않은 미남 미녀가 거하고 학을 타고 자유자재로 날아다닌다.13) 그런데 한국 무속신화의 서천꽃밭에서 사라도령은 시들어가는 꽃을 살리기 위해 쉼 없이 꽃밭에 물을 퍼 나르는 것으로 묘사된다. 술 마시고 시 짓고 춤추며 노래할 여가 같은 것은 없다. 화려한 궁전도 황금으로 장식된 뜰과 백옥의 계단, 진주 등과 같은 것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선계의 기화요초는 이상경으로서의 장식적 요소이지 무속신화의 꽃밭에서 보이는 인간의 삶과 죽음을 좌우하는 성스러움의 힘과 위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무속에서의 꽃밭은 불교, 도교에서의 명부 혹은 선계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이러한 꽃밭은 흔히들 불교적인 영향의 결과로 보는 연구들도 더러 있다. 그러나 꽃밭과 그 꽃밭 수리를 위한 이승으로부터의 인(人)걸립이며 꽃에 의한 환생 등은 한국 불교의 관념에서는 생소하다. 그런 것들은 오히려 무(巫)의 세계에서 흔히 듣고 보는 것들이며,14) 한국인 고유의 관념이 만들어낸 공간인 것이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이 있듯이 무속에서의 이상향은 바로 오늘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세계이다. 그 현실 세계가 질서와 조화를 잃은 것이 굿판을 벌일 수밖에 없는 현재적 삶의 상황인 것이다. 굿을 통해 그 파괴된 균형과 질서를 회복시킴으로써 현실을 이상향으로 만들듯 무속신화에서의 꽃밭 역시 그 자체가 이상향이 아니라 파괴된 현실을 바르게 잡을 수 있게 도와주는 공간인 것이다.

 제주도 굿의 불도맞이에 ‘악심꽃 꺾음’이라는 소제차가 있다. 이 제차에서 심방은 띠(茅)를 묶어서 만든 악심꽃을 하나씩 하나씩 꺾는다. 한 줄기를 꺾을 때마다 “부모조상들 큰아버지 큰어머니 꺾어 간 꽃 오도독 꺾어버리자. 사촌들 꺾은 꽃도 오도독 꺾어버리자…” 식으로 대주 집안의 죽은 부모, 친척 등을 나열하면서 악심꽃을 꺾어나간다. 이는 생불할망본풀이와 마누라본풀이에서의 죽음의 꽃인 수레멸망악심꽃을 제거하여 현세의 안녕을 도모하고자하는 제의인 것이다. 다음으로 ‘꽃타러듦’이라는 연극적 의례가 있는데 서천꽃밭에서 꽃감관이 꽃밭을 가꾸는 것을 해설하고 노래 부르면서 씨 뿌리고 물주는 동작을 보여준다. 이때 심방은 실제 동백꽃이 담긴 그릇을 들고 동백꽃가지로 물을 뿌린다. 이것은 꽃감관이 서천꽃밭에 물을 주어 생명의 꽃을 키워내는 것을 연극적 의례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후 심방이 서천꽃밭의 생불꽃을 따다가 제주 부인에게 팔아 꽃모양을 보고 점을 치는 ‘꽃풀이(꽃점)’를 한다. 이때 심방은 그릇에 담긴 동백꽃을 제주 부인 앞에 두고 앉은 후 제주 부인이 꽃가지를 뽑으면 그 모양을 보고 꽃점을 친다. 이러한 제의는 신화가 신화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님을 잘 보여주고 있다. 신화와 제의의 관계에서 볼 때 제의는 신화의 모의적 행위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연극적 의례를 통해 꽃밭이 현실세계를 위한 공간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재생이란 카오스의 영혼이 일정한 시간(壽命)과 공간(육체)을 부여받아 코스모스로 나오는 것이고, 죽음이란 그러한 공간과 시간의 소거를 통해 영혼이 카오스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존재가 결핍되거나 욕구가 충족되지 못할 때는 카오스로 돌아가서 필요한 존재를 획득하고 욕구를 충족 시키려하므로 코스모스와 카오스의 순환이 수시로 이루어지는데 그것이 행동으로 나타나면 제의이고, 언어로 나타나면 신화이다.15) 무속신화와 제의에서 보이는 꽃밭은 현상계를 위한 공간으로 설정해도 무방하리라 여겨진다. 


3. 기착지적 성격의 공간


 여기서 기착지라는 말은 중간과정이라는 의미이다. 최종목적지까지 도달하기 위한 중간단계를 말한다. 신으로 좌정되기 위한 중간단계, 조상신으로 가기 위한 중간단계, 저승으로 가기 위한 중간단계 등을 의미한다. 

 서기 2천년 전 메소포타미아의 길가메시 서사시는 죽음을 막아 줄 약을 구하기 위해 험난한 여행을 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길가메시는 그의 친구 엔키두의 죽음을 보고,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운명에서 벗어나고자 결심한다. 영원한 생명유지를 위해 바빌로니아 홍수에서 살아남은 우트나피슈팀을 찾아 나서게 되고, 일시적으로 불로초를 구하지만 뱀에게 빼앗겨 되돌아온다. 결국 길가메시는 사피부 여신에게 한탄을 해보지만 “신들이 인간을 만들었을 때, 이미 인류의 죽음은 정해진 것이기에 영원한 생명은 발견할 수 없다”는 말을 듣게 된다.    

 길가메시 서사시에서 생명의 약을 구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는 한국 무속신화에서 생명의 꽃을 찾아 나서는 여행담과 유사하다. 그러나 한국무속신화에서는 인간에게 주어진 죽음이라는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찾아 나서는 헛된 발걸음이 아니다. 한국인에게 생명의 꽃은 제대로 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공본풀이에서 원강암이 장자에게 죽임을 당하고 바로 저승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아들에 의해 다시 살아났다가 저승으로 간다. 이는 억울하게 죽거나 한을 가지고 죽은 자는 조상신이 될 수 없다는 우리 민족의 의식이 투영된 결과물이 아닌가 여겨진다. 생명의 꽃에 의해 재생하여 이승에서 영원히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저승으로 가서 자신의 영역을 담당하는 신으로 좌정하게 되는 것이다. 즉 생명의 꽃에 의해 재생된 후 신의로 좌정하는 환생을 하는 것이다. 재생(再生)과 환생(幻生)16)이 순차적으로 일어난다고 할 수 있다. 이공본풀이에서 원강암이는 장자에게 죽임을 당하고 할락궁이가 꽃밭에서 가져온 생명의 꽃에 의해 되살아난다. 그러나 되살아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현상계에서 예전처럼 그녀의 몸으로 되살아난 후 곧바로 신으로 좌정하는 것이다. 즉 죽음을 통해서 신으로 좌정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 되살아난 후 신으로 좌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죽음 → 재생(인간) → 환생(신)”이 순차적으로 전개된다고 말할 수 있다. 요컨대 본질은 재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재생을 통해 저승으로 잘 가는 혹은 신으로 잘 좌정하는 환생에 있는 것이다.

 동해안별신굿의 김동렬, 김동언의 증언에 의하면 “맨 바닥에 드시고 굿 받으시는 것보다 꽃밭에서 굿을 받으라는 목적에서 지화를 차려 놓는 것이며, 이렇게 지화를 놓고 굿을 하면 “골매기 서낭신이나 성주신 등이 꽃밭에 앉아 굿을 받게 되는 것”17)이라고 한다. 이는 굿당이 신성공간으로 인식되기를 희망하는 차원에서 제작 진설되는 것으로, 따라서 굿상 위의 수많은 지화는 신화 속의 서천꽃밭의 상징적 재현으로 해석할 여지도 충분히 있다. 특히 꽃밭의 이러한 성격은 동해안 오구굿에서 아주 잘 나타나고 있다. 동해안굿에 진열되는 꽃 중에서 가장 신성하다는18) 다부살이꽃19)은 굿상 중앙 제일 상단에 위치한다. 이는 “다시 살려내는 꽃”이라는 의미를 지닌 경상도 방언으로 바리데기가 서천꽃밭에서 가져와 아버지를 살려내는 꽃이다. 다부살이꽃 바로 위에는 타원형으로 만들어진 극락문이 있다. 즉 다부살이꽃으로 다시 살려내어 극락문으로 들어감을 의미하는 것이다20).

 극락문은 망자가 이를 통해 극락으로 가는 과정을 생생히 보여주기 위한 시각적 장치이다. 이러한 시각적 장치는 1971년 4월 부산 동래에서 행해진 산오구굿에서도 사용되었다는 기록21)으로 보아 근래에 새롭게 생긴 굿당 설비는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동해안 오구굿의 다부살이꽃과 극락문]


 넋 일으키기에서 망자가 생전에 입던 옷을 펼친 후 한지를 오려 사람 모양으로 만든 망자 넋(넋전)을 지화로 올리는 행위는 재생의례이다. 이것은 죽은 사람이 현세에서 다시 살아나라는 의미가 아니라 의례적 재생 후 극락세계로 보내는 상징적 행위인 것이다. 즉 생명의 꽃으로 죽음을 극복하고자하는 의례가 아니라 재생의례를 통해 되살려내어 좋은 곳으로 보내고자하는 상징행위에 속하는 것으로 봐야한다. 이는 동해안의 오구굿 사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 일가제족 간에 솜씨를 받아사 조부조상님 모시고

           썩은 손목 마주잡고 구슬같은 제청 안에 넋이라도 오고

           혼이라도 돌아오시라꼬 꽃 피워 놓고

           만반진수로 채래놓고 어열신아 김씨 김씨망재 돌아오소 돌아오소22) 


 그리고 망자넋을 제단 위에 장식된 꽃 위에 올린다.23) 이는 꽃밭이 망자가 최종적으로 가야할 곳임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꽃밭에서의 재생을 통해 극락으로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꽃밭은 극락으로 가기위한 기착지 역할을 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동해안 오구굿의 넋 일으키기]



       

  [동해안 오구굿에서 꽃 위에 넋전 올린 장면]


 길가름에서 베를 가르고 극락 갈 때도 꽃을 앞세우고, 무녀의 노랫가락 중에 “두 손에 꽃을 꺾어 쥐고 극락으로 가자”라는 가사라든지, 정경밟기에서 영여의 뒤를 가족들이 꽃을 들고 뒤따르는 의례적 행위는 모두 이러한 상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볼 수 있을 것이다.

 무당은 이승과 저승을 왕래하며 인간에게 그 우주론적 세계관 또는 신화의 원리를 일러주고 인간을 저승으로 천도(薦度)하는 인물이다.24) 이러한 무당이 구송하는 무가 즉 무속신화에서 꽃과 꽃밭을 통한 재생과 환생이 재현되고 있는 것은 한 개체가 객관적 세계에서 사라져버렸다가 새로운 모습, 새로운 힘을 지니고 다시 나타난다는 줄거리야 말로 신화의 가장 중요한 구조적 원리이기 때문이다.25)

 꽃밭은 이 세상과 저 세상의 중간계, 불교에서 말하는 중음계와 유사한 기능을 가진다. 불교에서의 중음계(중유 혹은 명부라고도 함)는 인간의 죽음에서부터 환생하기까지 7일에서 49일간의 대기 장소이다. 불교의 세계관은 크게 윤회하는 세계와 윤회하지 않는 세계로 나눌 수가 있다. 윤회하는 세계란 인간이 죽으면 중음계에서 재판을 거쳐 죄의 유․무, 경․중에 따라 육도26) 중 한곳에 환생하는 순환의 세계이며, 윤회하지 않는 세계란 해탈한 자만이 가는 깨달음의 세계이자 피안․열반의 세계이다. 즉 윤회의 세계에서는 중간단계인 중음계를 거친 후 환생을 하게 되고 윤회하지 않는 세계는 깨달은 자, 해탈한 자는 중간과정 없이 바로 도달하게 되는 공간이다.27) 중음계는 죽은 자가 영원이 있어야할 곳이 아니라 한정된 기간동안 생전의 죄를 심판받는 곳이다. 마찬가지로 무속신화에서의 꽃밭도 신화의 주인공들이 영원히 안주하는 저승 혹은 이상향이 아니라 현실계에서 신으로 좌정되기 위해 거쳐야할 중간매개적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승과 저승의 중간에 위치한다는 점에서 꽃밭과 중음계는 유사하지만, 꽃밭은 공덕을 쌓는 공간으로서 이를 통해 서방극락(천상계)로 갈 수 있는 곳이고, 중음계는 인간이 죽어 심판을 받고 그에 따라 육도 중의 한 곳으로 가게 된다. 따라서 꽃밭과 불교의 중음계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즉 중음계는 인간이 죽어서 가는 공간이지만 꽃밭은 현상계의 살아있는 인간이 가는 공간이며, 중음계는 삶의 결과를 심판 받는 공간이지만 꽃밭은 삶의 과정으로서의 공덕을 쌓는 공간인 것이다.



                           (삶의 결과를 심판 받는 공간)         극락계

                                      ⇣                  인간계

                    현상계    ➜    중음계    ➜    육도  아수라계

                             (死)             (還生)         축생계

                                                          아귀계

                                                          지옥계

  

                              〈불교에서의 중음계〉

                     






               (삶의 과정으로서의 공덕을 쌓는 공간)

                            ⇣                                                 

           현상계    ➜    꽃밭    ➜     저승(신격으로 좌정, 조상신으로 승격) 

                    (生)           (幻生)

                           (생명의 꽃)↘      ↗(幻生)     

                                    이승

                                    (재생)


                                〈무속에서의 꽃밭〉

 사라도령의 경우 꽃밭에서 공덕을 쌓아 바로 신격으로 좌정하게 되고, 원강암이나 바리공주의 아버지는 재생을 거친 후 신격으로 좌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또한 세경본풀이의 문도령과 정수남이나, 문전본풀이의 칠형제의 어머니 역시 재생과 환생(幻生)의 과정을 거쳐 신격으로 좌정하게 된다. 그러나 결국 이들이 재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서천꽃밭에 물을 퍼 날라 생명의 꽃을 가꾼 꽃감관의 공덕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꽃밭은 공덕을 쌓는 공간으로서 중음계와는 근본적인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할락궁이는 서천꽃밭에서 장자집으로 갔다가 죽을 위기에 봉착하기도 한다. 이는 할락궁이 생사를 초월하지 못했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동시에 서천꽃밭이라는 공간이 죽어서 가는 세계가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다. 바리공주나 자청비 역시 서천꽃밭을 다녀왔으나 생사를 초탈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서천꽃밭은 인간의 경험으로 미칠 수 없는 초월적 세계로 보기 힘들다. 꽃밭이 저승에 위치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 생불할망본풀이와 마누라본풀이이다. 이 무속신화에서 생불할망은 천상의 옥황으로부터 꽃씨와 참실 등을 받고 구덕삼승, 걸레삼승, 업게삼승을 거느리고 지상으로 내려와 꽃씨를 심어 서천꽃밭을 만든다.28) 생불할망은 자신이 직접 씨를 뿌려 만든 서천꽃밭에서 생불꽃을 따 가지고 아이의 잉태를 점지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그 곳은 금세상 생불땅 석해산이라는 곳으로 인간세상과도 구별되는 또 다른 신성공간인 것이다.

  



4. 징치를 위한 공간


 제주도 본풀이에서는 특히 악의 징치가 구체적이고 확실하게 나타난다. 대부분의 신화에서는 징치에 관한 내용이 생략되거나 “홍수로 죽었다”, “돌이 되었다” 등으로 결과만이 간략하게 표현되는데 반해 제주도 신화의 징치는 과정과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술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징치가 강조 된다는 것은 꽃을 통해 이승의 질서를 바로 세운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공본풀이의 할락궁이는 멸망악심꽃으로 장자 일당을 죽이고, 세경본풀이의 자청비는 서천꽃밭에 가서 죽음의 꽃인 수레멸망악심꽃을 가져와 적을 죽이고 난을 진압하며, 생불할망본풀이와 마누라본풀이에서 대별상신이 생불할망이 생불준 자손들에게 마마를 심하게 앓게 하자 대별상신의 부인에게 생불꽃으로 잉태를 시킨 후 해복을 시켜주지 않는다. 그러자 대별상신은 생불할망에게 와서 자신의 잘못을 빌게 된다. 여기서는 생불꽃으로 아이를 점지시켜 대별상신을 굴복시키고 있어 악심꽃이 아닌 생불꽃도 징치의 도구가 되고 있다. 

 그런데 조흥윤은 본향으로서의 꽃밭은 원래는 선계였는데 인간이 잔혹해졌기 때문에 꽃으로 사람을 죽이는 기능이 파생된 것으로 보면서 못내 씁쓸하고 착잡한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29) 이 말대로라면 제주도민은 육지인들보다 잔혹하다는 등식이 성립되는 오류를 발생시킨다. 왜냐하면 특히 제주도 신화는 징치․복수가 구체적이고 잔인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30) 신화에 현실적 징치가 선명하게 나타난다는 것은 다르게 해석되어져야 한다. 오히려 제주도민은 육지인들보다 신화를 신화답게 향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구지가나 해가에서 신성시 여겨지는 거북이나 용에게 위협을 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고자하는 태도, 주몽이 흰사슴을 거꾸로 매달고 비를 청하자 7일간 비가 내려 송양이 항복한다는 이야기 등은 신성한 존재도 현실적으로 자신이 바라는 것을 위해서는 위협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원초적 사고인 것이다. 오히려 신과 인간을 엄격히 분리시키는 인식은 소위 말하는 기성종교의 영향이 아닌가 한다. 그리스 신화를 보더라도 신과 인간은 초자연적 능력의 소유 유무가 다를 뿐 신도 다분히 인간적인 것을 알 수가 있다. 신들도 시기 ․ 질투하고, 사랑도 하고 복수도 한다. 서구에서 신과 인간의 엄격한 분리는, 신은 절대선의 소유자여야 됨을 주장한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에 따라 기독교가 쉽게 전파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게 되는 것이다.

 이로 볼 때 오히려 제주도 신화는 육지의 신화 혹은 서사물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원래의 신화적 사고체계를 잘 보존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리라 여겨진다. 육지로부터 소외․단절에서 오는 고립과 특수한 자연 환경 등에 기인하여 과거의 기억이 상대적으로 잘 각인된 신화가 전승되고 있는 것이다. 원초적 성격을 잘 간직하고 있는 신화는 신성성만이 강조되는 것이 아니라 신성성과 인간성이 어우러져 있는 것이고 이는 제주도 신화에 잘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꽃밭을 통해 악이 징치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권선징악적 성격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 송효섭은 “본풀이에 있어 실제로 악인이 줄거리 안에서 행하는 악행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러한 악행이 무엇을 상징하거나 무엇의 근원이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31). 이공본풀이에서처럼 징치되는 것으로 끝나는 것도 있지만 세경본풀이, 문전본풀이이와 같이 악인도 결국은 신으로 좌정하게 되고, 천지왕본풀이에서 소왕별이 속임수로서 이승을 차지해 결국 이승에 악이 만연하게 된다. 이는 신의 세계가 절대선의 세계, 절대적으로 선한 자가 갈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선악이 공존하는, 원형적 신화의 세계를 잘 간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원형을 잘 간직한 신화란 신의 세계가 절대선으로 포장되기 이전 그러니까 인간적 삶의 세계가 잘 투영된 신의 이야기를 의미한다. 삶과 죽음, 선과 악, 현실계와 초월계의 미분화된 상태야말로 원초적 신화에 가까운 것이 아니겠는가.

 결국 꽃밭은 인간계의 근원적 문제를 해결해 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악이 선을 누르고 이승을 차지하지 못하도록 지켜주는 방패막이가 되는 것이 무속신화의 꽃밭임을 알 수가 있다. 무속에서의 이상향의 위치는 바로 오늘의 우리가 살아가가고 있는 이승이다. 저승에 가서 잘 사는 것을 염원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을 살만한 곳으로 만드는 것이 무속의 현세 중심적 가치관임을 다시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5. 인간과 신(神)의 공유 공간


 인간과 신은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무속신화에서 꽃밭은 신이 거하는 공간이고 신성한 공간이며 따라서 인간이 사는 세계와는 동떨어진 공간 혹은 인간이 죽어서 갈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되기 싶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무속신화에서의 꽃밭은 인간의 자격으로도 갈 수 있는 곳으로 설정되어 있다.

 꽃밭은 현상계와는 다른 차원의 공간이면서 신성한 공간이고 현상계의 원리와 신계의 원리가 교차하는 별도의 공간이다. 신과 인간이 공존하기에 신성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환생꽃, 멸망악심꽃, 웃음웃을꽃, 성화날꽃, 울음울을꽃 등과 같이 인간의 생사와 기쁨과 슬픔, 고통이 공존하는 공간이며 꽃감관이 쉼 없이 물을 퍼 나르는 노동을 감수하는 공간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신이 거하는 곳이고 인간의 생사를 관장하는 꽃이 자라는 신성한 공간이다. 그렇다고 꽃밭에 아무나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공본풀이의 장자 같은 악한 인간이 갈 수 있는 공간은 분명 아니다. 옥황으로부터 부름을 받고 현세의 모든 것을 떨쳐버리고 꽃밭에서 공덕을 쌓기 위해 떠나는 사라도령과 같은 부류나 바리공주, 할락궁이와 같이 꽃밭을 가기 위해 수많은 고난을 극복할 수 있는 특별한 인간만이 갈 수 있는 공간인 것이다. 

 한국 무속에서 신들은 다양한 공간에 좌정하고 있다. 천상에는 天神을 비롯한 日神, 月神, 星神과 그 시종神들이 살면서 우주의 삼라만상을 지배하며, 지상에는 인간과 금수, 그리고 산신을 비롯한 일반 자연신이 살고, 지하에는 인간의 死靈과 그 사령을 지배하는 冥府神들이 살고 있다고 믿는다.32) 그리고 서천꽃밭에는 사라도령을 꽃감관으로 삼을 것을 명한 옥황이 거하는 곳33)이고, 생불할망신이 생명의 꽃을 따는 곳이며, 세경본풀이에서 생명의 꽃을 피우는 꽃감관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서천꽃밭은 인간과 신의 공유 공간이면서 현실계와는 다른 善과 신성으로 이루어진 공간이다. 신화속의 현실계는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이 공존하면서 악한 사람이 선한 사람을 괴롭히고 죽이기까지 하는 속된 공간이다. 그러나 꽃밭은 선택된 사람만이 수많은 고난을 이겨내고 도달 할 수 있는 聖의 공간이다. 신화속의 인물들이 노정기에서 겪는 온갖 수난은 신성의 공간으로 들어가기 위한 정화의식 같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바리공주는 꽃밭으로 가기 위해 수많은 종류의 어려움을 극복해내고, 할락궁이도 아버지가 꽃감관으로 있는 꽃밭에 가기위해 목숨을 걸고 장자의 집을 탈출하여 장자가 보낸 천리통, 만리통의 추격을 벗어나서 여러 차례의 물을 건너 꽃밭에 도달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과해서 꽃밭에 들어간 인간은 어지러운 현실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즉 신화속의 인물은 꽃밭에 들어감으로써 신의 능력을 부여 받고 이승으로 돌아와 선한 사람을 살려내고 악한 사람을 징치하는 것이다.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것은 신의 고유영역이기에 신의 능력을 부여 받았다고 하는 것이 지나침은 아닐 것이다. 바리공주가 그렇고, 이공본풀이의 할락궁이, 세경본풀이의 자청비, 문전본풀이의 칠형제 모두 그러하다.

 서천꽃밭은 이승도 아니고 인간이 죽어서가는 저승도 아닌 이계34)로 규정될 수 있다. 그곳은 살아있는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신의 공간이기도 한 이색적 공간이라 할 수 있겠다. 이들 신화에서 죽음과 삶은 확연하게 구분되고 있으며 할락궁이, 바리공주, 자청비, 칠형제 모두 인간의 자격으로 꽃밭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꽃밭은 인간과 신의 공유 공간이면서 동시에 신화속의 인물에게 신의 능력을 부여하는 공간으로 설정될 수 있겠다. 




6. 결 론


 한국 무속신화에서 꽃밭 화소는 아주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그만큼 꽃밭은 여러 각도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되어져야할 필요가 있기에 그 일환으로 무속신화에 나타난 꽃밭의 의미에 대해 살펴보았다.  

 결국 꽃밭은 이승도 저승도 아닌 신과 인간이 공존하는 신성공간으로서 이승의 무질서를 원상회복시킬 수 있는 공간이다. 즉 신이 살고 있는 곳이기에 신성공간이 되는 것이고, 신성공간이기에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신으로 좌정될 수 있는 매개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인간을 재생시키고, 악인을 죽일 수 있는 꽃이 피는 곳이기에 생명의 공간이자 징치의 공간이 되는 것이다. 죽이고 살릴 수 있는 꽃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고 악을 징치하여 흐트러졌던 이승을 조화롭게 바로 잡을 수 있는 힘을 실어 주는 것이 무속신화에 나타난 꽃밭이라 하겠다. 꽃밭이라는 하나의 공간이 이렇게 복합적인 양상을 띠고 있기에 어쩌면 논리적으로 모순된다고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것 또한 한국무속신화의 한 특징인 것이다. 흔히들 저승이라 했을 때 저승사자가 끌고 가는 죽음과 바리공주가 데리고 가는 저승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이다. 저승이라는 말은 동일하나 인식되는 저승의 성격을 다르듯이35) 꽃밭은 상황에 따라 현상계를 위한 생명의 공간, 인간과 신의 공유 공간, 징치를 위한 공간, 기착지적 성격의 공간으로 가변적이고 다양하게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무속신화에서의 꽃밭에 대한 정의는 본향 혹은 생명의 공간으로 대변되었으나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꽃밭은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 무속신화에서 꽃밭에 대한 인식은 단일하고 일률적으로 설정할 수 없음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그 만큼 한국무속신화에서의 꽃밭은 어떤 한가지로 정의 내리기에는 너무나 복합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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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ew of flower bed aspect in the shamanist myth


                                                                                                                                                  Kim, Chang-Il

                                                            (YONSEI UNIVERSITY)



 Flower bed's motive is a very significant part of the Korea shamanist myth. Because the flower bad needs to be considered with as vatious angles as possible, I studied on the means of the flower bed that appears in the shamanist myth.

 Because the ceremony considering a flower as the origine of life from long time ago remained as a mankind's commoness, reappearing and repeating of it remains as traces in myth may seem to be reasonable. However Korea shamanist myth is focused on not ceasing life of flower and establish different world as special space called flower bed.

 Gut(Exorcism) can be a sacrificial rites in order to get back as original chaos system of human world. Shamanist myth's flower bed can be established life space for

phenomenon world such as this connection.

 Secondly, the flower bed is able to be established the midium stage for taking a God's position, for going to ancestral Gods, for going to the world beyond.

 Thirdly, the flower bed can be established as space for punish evil, place for establishing this world's order rightly. Just a flower bed become a protecting shield that evil suppress goodness and not to take this world.

 Fourthly, the flower bed is not in the same as the phenomenon world and it is a different level of space and a sacred place. Also it is a separate place where  the principles of the phenomenon world and the principles of the Neogean realm are cross. In Korea shamanist myth, the flower bed is not in this world and the world to come. It is a sacred place where God and human living in coexistence.

 A single place called the flower bed assume an aspect of composition, probably, it  takes contradictory to the logical. However, this is also a characteristic of Korea shamanist myth. Before now, a definition of the flower bed was the mouthpiece of democracy or life space. However, the flower bed in Korea shamanist myth shows that it assume an mean of composition for set as a single and uniformly.




Key Word : flower bed, Iife, midium stage, punish, sacred



1) 류병일, 한국서사문학의 재생화소 연구, 보고사, 2000, 164쪽


2) 약 10만년 전에 살았던 네안데르탈인(Neanderthalensis)은 유럽에서 제 3 빙하기와 제 4 빙하기의 대부분에 걸쳐 살았으며 이들은 주검에 붉은 황토칠을 하고 그 위에 꽃을 덮어 주는 의식을 행하여 원시적 종교관념을 가졌던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시신을 방치하지 않고 매장하는 풍습과 종교적 의미를 띤 장례의식은 죽음에 대한 의식이 중기 구석기 시대에 해당하는 네안데르탈인에게 있었다는 말이다.

2) 약 10만년 전에 살았던 네안데르탈인(Neanderthalensis)은 유럽에서 제 3 빙하기와 제 4 빙하기의 대부분에 걸쳐 살았으며 이들은 주검에 붉은 황토칠을 하고 그 위에 꽃을 덮어 주는 의식을 행하여 원시적 종교관념을 가졌던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시신을 방치하지 않고 매장하는 풍습과 종교적 의미를 띤 장례의식은 죽음에 대한 의식이 중기 구석기 시대에 해당하는 네안데르탈인에게 있었다는 말이다.

 - 이상은 한상복 외 공저, 문화인류학개론, 서울대학교출판부, 2001, 95쪽

 - 이상은 한상복 외 공저, 문화인류학개론, 서울대학교출판부, 2001, 95쪽

          노길명 외 공저, 문화인류학의 이해, 일신사, 2002, 237쪽, 265쪽을 참조함.     


3) 한국의 흥수아이도 고대인들의 장례의식을 보여주고 있어 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구석기 후기에 해당하는 충북 청원 두루봉 동굴 유적에서 발견된 흥수아이의 유골과 흙 주위에서는 국화꽃가루 등 총 6종의 꽃가루성분이 검출되었다. 두루봉 동굴은 높은 지대에 해당하는 석회암동굴이기에 국화꽃이 자생할 수 없다고 한다. 따라서 국화꽃은 아이의 장례를 위해 다른 곳에서 꺾어서 주검 위에 뿌렸음을 말해준다. 이러한 장례풍습에 의해 4만년 전에 매장된 흥수아이 1호는 고고학계에 유명인이 된다.

3) 한국의 흥수아이도 고대인들의 장례의식을 보여주고 있어 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구석기 후기에 해당하는 충북 청원 두루봉 동굴 유적에서 발견된 흥수아이의 유골과 흙 주위에서는 국화꽃가루 등 총 6종의 꽃가루성분이 검출되었다. 두루봉 동굴은 높은 지대에 해당하는 석회암동굴이기에 국화꽃이 자생할 수 없다고 한다. 따라서 국화꽃은 아이의 장례를 위해 다른 곳에서 꺾어서 주검 위에 뿌렸음을 말해준다. 이러한 장례풍습에 의해 4만년 전에 매장된 흥수아이 1호는 고고학계에 유명인이 된다.

   -이상은 충북대 박물관에서 직접 관람하면서 노트한 내용과 KBS역사스페셜, 2005년 5월 6일 방영된 내용, 그리고 이융조 ․ 우종윤 편저, 선사유적 발굴도록(충북대 박물관, 1988)을 참조함,        


4) 〈이공본풀이〉, 〈바리공주〉, 〈세경본풀이〉,  〈문전본풀이〉, 〈생불할망본풀이와 마누라본풀이〉에서는 구체적인 공간으로서의 꽃밭이 나타나고 있고, 〈천지왕본풀이〉는 꽃 피우기 경쟁 화소가 나타나고 있어 이들 무속신화를 중심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한국의 창세신화는 제주도의 〈천지왕본풀이〉, 함경도와 평안도의 〈창세가〉, 경기도 오산의 〈시루말〉 등이 있으나 제주도의 〈천지왕본풀이〉가 자료가 풍부하고 내용의 짜임도 잘 갖추고 있으며 현재도 제주도 굿에서 왕성하게 전승이 이루어지고 있는 관계로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이공본풀이〉 역시 동계 무가로 평안도의 〈신선세텬님청배〉, 김해의 〈악양국왕자노래〉가 있으나 같은 이유에 의해 이공본풀이를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4) 〈이공본풀이〉, 〈바리공주〉, 〈세경본풀이〉,  〈문전본풀이〉, 〈생불할망본풀이와 마누라본풀이〉에서는 구체적인 공간으로서의 꽃밭이 나타나고 있고, 〈천지왕본풀이〉는 꽃 피우기 경쟁 화소가 나타나고 있어 이들 무속신화를 중심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한국의 창세신화는 제주도의 〈천지왕본풀이〉, 함경도와 평안도의 〈창세가〉, 경기도 오산의 〈시루말〉 등이 있으나 제주도의 〈천지왕본풀이〉가 자료가 풍부하고 내용의 짜임도 잘 갖추고 있으며 현재도 제주도 굿에서 왕성하게 전승이 이루어지고 있는 관계로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이공본풀이〉 역시 동계 무가로 평안도의 〈신선세텬님청배〉, 김해의 〈악양국왕자노래〉가 있으나 같은 이유에 의해 이공본풀이를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자료의 화소분석한 내용을 제시하는 것이 원칙이겠으나 연구대상으로 삼은 신화가 많은 관계로 한정된 지면에 모두 실을 수가 없어 상황에 따라 필요한 것만을 부분 제시할 것이다. 

    자료의 화소분석한 내용을 제시하는 것이 원칙이겠으나 연구대상으로 삼은 신화가 많은 관계로 한정된 지면에 모두 실을 수가 없어 상황에 따라 필요한 것만을 부분 제시할 것이다. 

   〈강님차사본풀이〉, 〈원텬강본풀이〉등에도 꽃 화소가 나타나고 있으나 연구범위에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5) 바리공주 신화의 경우 꽃 화소 보다 약수구하기 이본군이 더 흔하게 나타난다. 홍태한의 “서사무가 바리공주 연구(민속원, 1998)”에 의하면 48편의 바리공주를 대상으로 볼 때 많은 이본에 사람 살리는 꽃을 얻는 내용이 들어 있기는 하나 대체로 약수물을 긷다가 옆에 있는 꽃을 꺾는다든지, 별다른 언급 없이 쉽게 꽃을 얻는 내용이고 그중 자세하게 꽃밭을 구경하다가 사람 살리는 꽃을 얻는 내용이 명확히 표현된 이본은 12편이라고 한다. 여기에 해당하는 이본은 다음과 같다. 〈함흥 이고분본〉, 〈홍원 지금철본〉, 〈서울 김종덕본〉, 〈인천 정영숙본〉, 〈양주 조영자본〉, 〈성남 장성만본〉, 〈천안 배명부본〉, 〈울주 유일순본〉, 〈김해 강분이본〉, 〈통영 박복개본〉, 〈속초 탁순동본〉, 〈정문연 소장본〉


6) 이수자, 큰굿 열두거리의 구조적 원형과 신화, 집문당, 2004, 322쪽, 333쪽

6) 이수자, 큰굿 열두거리의 구조적 원형과 신화, 집문당, 2004, 322쪽, 333쪽

         , 제주도 무속과 신화, 이화여자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89, 202쪽 등, 


7) 조흥윤은 본향을 자연과 마음의 두 본향으로 나누고 있다. “자연의 본향은 신가에서 말하는 ‘성(姓) 주고 씨(氏) 준 본향’이다. 거기에 우리의 조상이 묻혀 있고, 우리가 죽어 또 갈 곳이기도 하다. 그것은 그러면 바로 한국의 산천이다. … 마음의 본향은 그리움과 신화와 상상력의 세계이다. 꽃과 재생이 살아 숨쉬는 새남의 세상이다. 국조(國祖) 단군이 산신이 되어 거기에 살아 있는 곳이다. … 한국 무의 저승은 사계절 꽃이 피고지는 우리의 본향 세계인 것으로 밝혀졌다.” - 조흥윤, 「한국의 지옥연구-무(巫)의 저승」, 『한국종교문화론』, 동문선현대신서, 2002, 67-68쪽

7) 조흥윤은 본향을 자연과 마음의 두 본향으로 나누고 있다. “자연의 본향은 신가에서 말하는 ‘성(姓) 주고 씨(氏) 준 본향’이다. 거기에 우리의 조상이 묻혀 있고, 우리가 죽어 또 갈 곳이기도 하다. 그것은 그러면 바로 한국의 산천이다. … 마음의 본향은 그리움과 신화와 상상력의 세계이다. 꽃과 재생이 살아 숨쉬는 새남의 세상이다. 국조(國祖) 단군이 산신이 되어 거기에 살아 있는 곳이다. … 한국 무의 저승은 사계절 꽃이 피고지는 우리의 본향 세계인 것으로 밝혀졌다.” - 조흥윤, 「한국의 지옥연구-무(巫)의 저승」, 『한국종교문화론』, 동문선현대신서, 2002, 67-68쪽

         , 「안락국전 연구 - 원앙부인 본풀이」『샤머니즘 연구』, 한국샤머니즘학회, 2000, 2

         , 「안락국전 연구 - 원앙부인 본풀이」『샤머니즘 연구』, 한국샤머니즘학회, 2000, 2

         , 한국의 원형신화 원앙부인 본풀이, 서울대학교출판부, 2000. 6

         , 한국의 원형신화 원앙부인 본풀이, 서울대학교출판부, 2000. 6

         , 「韓國神話속의 여성문화」, 『샤머니즘 연구』, 한국샤머니즘학회, 2001, 1

         , 「韓國神話속의 여성문화」, 『샤머니즘 연구』, 한국샤머니즘학회, 2001, 1

   등 다수의 논문에서 꽃의 재생과 본향에 대해 언급을 하고 있다.


8) 이수자는 큰굿형성집단은 인간의 생사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인간의 생사 문제를 원론적으로 해명해 보기 위해 서천꽃밭이라는 특정한 신화적 공간과 주화인 생명꽃들을 독자적으로 형상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큰굿 속에 나오는 본풀이들은 인간의 탄생, 죽음, 그리고 재생에 대한 문제를 해명하고 규명하는데 그 목적을 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인간의 탄생과 재생은 물론이고 죽음까지도 결국은 생명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수자 역시 수레멜망악심꽃을 말하면서 죽음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은 생명의 공간으로서의 꽃밭으로 귀결된다고 할 수 있다. - 이수자, 큰굿 열두거리의 구조적 원형과 신화, 집문당, 2004, 334쪽 참조할 것. 


9) 양종승 ․ 최진아, 「서울굿의 신화(神花)연구」, 『한국무속학』제4집, 한국무속학회, 2002, 93~94쪽


10) 조흥윤, 「한국의 지옥연구 - 무(巫)의 저승」, 『한국종교문화론』, 동문선현대신서, 2002, 67~68쪽


11) 김인회, 「민속(무속)과 교육」, 『비교민속학』25호, 비교민속학회, 2003. 8, 28쪽


12) 김태곤, 한국의 무속, 대원사, 2001, 29~32쪽


13) 최진봉, 韓國巫俗神話에 나타난 저승의 樣相, 숭실대학교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01, 56~57쪽


14) 조흥윤, 「안락국전 연구 - 원앙부인 본풀이」, 『샤머니즘 연구』第二輯, 한국샤머니즘학회, 2000, 2, 7쪽


15) 김열규, 한국민속과 문학연구, 일조각, 1982, 132쪽


16) 再生은 죽었던 사람이 다시 살아나 이승에서 그 생명을 계속하는 것으로, 幻生은 죽은 사람이 생명체가 아닌 神 ․ 精靈 ․ 山神 등으로 되는 것으로, 還生은 죽은 사람의 영혼이 다른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거나 동 ․ 식물로 태어나는 것을 일컫는다.

16) 再生은 죽었던 사람이 다시 살아나 이승에서 그 생명을 계속하는 것으로, 幻生은 죽은 사람이 생명체가 아닌 神 ․ 精靈 ․ 山神 등으로 되는 것으로, 還生은 죽은 사람의 영혼이 다른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거나 동 ․ 식물로 태어나는 것을 일컫는다.

   최운식, 한국설화연구, 집문당, 1991, 214쪽

   최운식, 한국설화연구, 집문당, 1991, 214쪽

   장덕순, 한국설화문학연구, 서울대학교출판부, 1981, 26쪽

   장덕순, 한국설화문학연구, 서울대학교출판부, 1981, 26쪽

   조희웅, 「한국설화의 연구」, 『국문학연구』제11집, 서울대대학원 국문학연구회, 1969, 61쪽을 참조함.  


17) 심상교, 「동해안별신굿 지화 조사연구(Ⅰ)」, 『한국무속학』제6집, 한국무속학회, 2003. 6, 35쪽


18) 다부살이꽃은 불동화, 살잽이꽃, 오색동화 등으로 불리는데 김석출은 가장 신성한 꽃으로 불동화(다부살이꽃)을 들고 있다. - 심상교, 「동해안별신굿 지화 조사연구(Ⅰ)」, 『한국무속학』제6집, 한국무속학회, 2003. 6, 42쪽


19) 살제비꽃, 두부사리, 불동화, 오색동화, 원단발원화, 바리데기꽃, 우담발화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19) 살제비꽃, 두부사리, 불동화, 오색동화, 원단발원화, 바리데기꽃, 우담발화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심상교, 「동해안별신굿 지화 조사연구(Ⅰ)」, 『한국무속학』제6집, 한국무속학회, 2003.6,

   심상교, 「동해안별신굿 지화 조사연구(Ⅰ)」, 『한국무속학』제6집, 한국무속학회, 2003.6,

   이상희, 꽃으로보는 한국문화, 넥서스BOOKS, 2004, 332쪽을 참조함. 


20) 다부살이꽃은 현재 동해안별신굿에서 잘 사용되지 않고 있다. 제작이 쉽지 않은데다가 제작 시간도 많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2005년 10월 1~2일 부산 기장군 일광해수욕장에서 벌어진 김석출 오구굿에서는 다부살이꽃이 송동숙에 의해 제작되어 사용되었다.

20) 다부살이꽃은 현재 동해안별신굿에서 잘 사용되지 않고 있다. 제작이 쉽지 않은데다가 제작 시간도 많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2005년 10월 1~2일 부산 기장군 일광해수욕장에서 벌어진 김석출 오구굿에서는 다부살이꽃이 송동숙에 의해 제작되어 사용되었다.

   1993년 12월에 있었던 신석남 오구굿 영상자료를 보면 김석출이 굿거리 중간에 사람들을 소개하면서 다부살이 꽃을 만든 사람이 송동숙임을 밝히고 있다. - 김인회, 『신석남 오구굿 영상자료』, 1993. 12


21) 최길성, 새로 쓴 한국무속, 아세아문화사, 1999, 324~338쪽


22) 동해안 오구굿의 초망자굿 중에서, 2005년 10월 1~2일 부산광역시 기장군 일광해수욕장


23) 여기서 일견 연꽃 위에 올리기 때문에 이것을 불교적인 것으로 볼 여지도 있으나 전체적인 구조로 봐서 서천꽃밭의 기능에 불교적 요소가 삽입된 것으로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특히 다부살이꽃과 재생의례의 전체적 맥락은 신화의 재현에 있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불교적 성격이 가미되었다고 해서 이를 그쪽으로 몰고 가는 것은 옳은 해석으로 볼 수 없다.


24) 조흥윤, 「한국무(巫)의 신화적 성격」, 『샤머니즘 연구』第四輯, 2002, 257쪽


25) 김열규, 한국의 신화, 일조각, 2000, 87쪽


26) 육도(六道)란 극락계, 인간계, 아수라계, 축생계, 아귀계, 지옥계로 나뉜다. 극락계는 수미산에 있는 신들의 세계이며, 인간계는 사람으로 환생(還生)하는 것이고, 아수라계는 인간과 축생의 중간에 위치한 세계이다. 축생은 짐승으로 환생하는 것이고, 아귀계는 욕심 많고 남을 시기하는 자가 가는 곳으로 지옥보다 고통이 적고 기간도 짧은 곳이다. 지옥계는 불과 혹독한 추위 등으로 상상키 힘든 고통을 받는 곳이다.


27) 김창일, 이공본풀이계 서사체 연구, 동아대학교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02. 6, 59쪽


28) 진성기, 제주도 무가 본풀이 사전, 민속원, 1991, 137~138쪽, 141~142쪽

28) 진성기, 제주도 무가 본풀이 사전, 민속원, 1991, 137~138쪽, 141~142쪽

    진성기, 남국의 무가, 제주민속문화연구소, 1968, 160쪽, 166쪽 참조함.

    진성기, 남국의 무가, 제주민속문화연구소, 1968, 160쪽, 166쪽 참조함.

    구덕삼승(요람의 수호신), 걸레삼승(기저귀 수호신), 업게삼승(애기 보아주는 수호신)으로 해석하고 있음. -    진성기, 제주도 무가 본풀이 사전, 민속원, 1991, 138쪽, 141쪽 해석 참조함.  


29) 조흥윤, 「안락국전 연구 - 원앙부인 본풀이」, 『사머니즘 연구』第二輯, 한국샤머니즘학회, 2000, 1, 32쪽

29) 조흥윤, 「안락국전 연구 - 원앙부인 본풀이」, 『사머니즘 연구』第二輯, 한국샤머니즘학회, 2000, 1, 32쪽

          , 한국의 원형신화 원앙부인 본풀이, 서울대학교출판부, 2000. 6, 56~58쪽


30) 제주도 신화의 복수 혹은 징치에 관한 내용은 강정식의 석사학위논문(제주무가 이공본의 구비서사시적 성격, 한국정신문화연구원부속대학원석사학위논문, 1987, 37~38쪽)과 김창일의 석사학위논문(이공본풀이계 서사체의 연구, 동아대학교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02, 6, 111쪽), 이수자의 큰굿 열두거리의 구조적 원형과 신화(집문당, 2004년)에 언급되고 있다.


31) 송효섭, 설화의 기호학, 민음사, 1999, 140~141쪽


32) 김태곤, 무속과 靈의 세계, 한울, 1993, 153쪽


33) 이공본풀이와 동계 무가인 악양국왕자노래에서는 〈부처님 국토〉, 신선세텬님청배에서는 〈옥황님 있는 곳〉으로 나타나고 있다. 불교 혹은 도교적인 색이 덧입혀진 명칭이긴 하지만 신(神)이 거하는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34) 이계에 대한 설명은 권태효의 「무속신화에 나타난 이계여행의 양상과 의미」, 『한국구전신화의 세계』, 지식산업사, 239쪽 각주 9)에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는데 필자의 생각도 여기에 동의하므로 원문을 그대로 인용한다. - “‘이계’라는 용어는 지금까지 ‘타계’와 혼용되어왔다. 그런데 일상생활에서 ‘죽다’를 ‘타계하다’라고 흔히 쓰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타계’라는 말은 사후의 세계라는 뜻이 강한 용어이다. 따라서 사후의 세계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을 때는 ‘타계’보다는 ‘이계’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35) 이에 대해서는 김태기의 오구굿의 원리연구(배달말 24, 배달말학회, 1999. 6, 73~74면)에 상세히 언급되고 있다. “살아있는 사람을 죽이는 것이 저승사자의 임무이다. 그러니까 저승사자가 인도하는 저승은 일차적으로 산 이를 데려가는 죽음의 세계이다. 반면에 바리공주가 데리고 가려하는 저승은, 살아있는 사람이 가는 죽음의 공간이 아니라 이미 죽은 혼령이 가는 저승이다. 그러므로 말은 똑 같이 ‘저승’이지만 이승에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저승사자가 데리고 가는 저승은 산 사람을 죽음으로 이끄는 저승이고, 오구굿에서 바리공주가 데리고 가는 저승은 죽은 이의 넋을 데려가는 저승이 된다.”


출처 : 구구덩
글쓴이 : punuri 원글보기
메모 :










감흥화.

감흥신령을 상징.

고동화.

동해안 별신굿










덤불국화.

동해안 별신굿, 동해안 오구굿.


막꽃- 탑등과 용선의 장식용으로 쓰는 지화. 허드레꽃이라고도 함.




매화 - 동해안별신굿







목단 - 굿당 장식용 지화.




박꽃- 동해안 오구굿, 동해안별신굿.

산함박.

산에 피는 꽃이라 하여 산함박이라고 하며 설개화라 불리기도 한다. 바리데기굿에서 

‘길대부인이 태자를 낳으면 입힐 옷을 준비했는데 팔에 함박꽃을 수놓았다’고 할 만큼 

박꽃은 귀하고 아름다운 지화로 지칭








살잽이꽃 - 동해안 오구굿의 지화. 다부살이꽃,바리데기꽃, 불동화,오색동화라고도 함.







샛별국화 - 동해안 오구굿,별신굿에 사용.









수팔련 - 규모가 큰 굿이나 특별한 굿에 사용되는 가장 큰 규모의 지화.

서울,경기,황해도 지역에서 사용됨. 불교의례에도 사용된다.


한국민속신앙사전엔 더 많은 지화가 소개되어있는데 사진이 있는건 위의것들 입니다.


출처- 한국민속신앙사전 http://folkency.nfm.go.kr/minsok/dic_index.jsp?P_MENU=03&P_FIELD=F08&cur_page=1






극락문의 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