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화/굿것들

[스크랩] 소놀이굿

실나비 2012. 3. 16. 04:11

무당이 고깔 벗고 장삼을 벗으면 마고할멈이 되고, 고깔 쓰고 장삼 입으면 칠성님이 되는 소놀이굿

 

글, 노중평(민속연구가. 상고역사학자 역사천문학회 부회장, 한배달 이사)


칠성님이 주장이 되어 진행되는 굿이 <평산 소놀이굿>이다. 우리 굿에는 이 굿처럼 칠성님이 당당하게 등장하는 굿이 없다. 대부분 제석이라 불리는 종교 사기꾼에게 칠성굿을 빼앗기고, 이름조차 변성명하여 제석으로 불린다. 칠성굿이 제석굿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굿판에 조폭이 들어와 난장을 치고 있는 데도, 무당이나 장구재비는 이를 깨닫지 못하여 바로잡을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평산 소놀이굿>에서는 칠성님이 제석에게 백장삼과 흰 고깔을 빼앗기지 않고 그대로 지니고 있어서 칠성굿의 본 모습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장구산으로 불리는 장구재비가 칠성님을 가지고 장난을 친다. 재비가 무당을 재껴두고 칠성님에게 수작을 부리려 드는 것이다.

  

<평산 소놀이굿>에는 장구재비는 장구산으로, 징재비는 징산으로 나온다. 장구와 징이 받쳐주지 않으면 굿이 되지 않으니, 콧대가 높아질 대로 높아져 주제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장구재비와 징재비를 풍자하고 있는 것이다. 재비가 자존망대 해져서 무당의 머리 위에 올라가 있다는 비난일 수 있다.


마부가 장구산을 찾아가면서, 굿이 본격화 된다.


마부는 칠성님과 장구산에서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다. 마부가 둘러보니 칠성님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


그 앞에 나타난 것은 장구산이다. 마부가 장구산에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칠성님을 보았느냐고 묻는다. 장구산은 본 것도 같고 보지 못한 것도 같다고 수작을 부린다. 그러면서 5백년 되면 여기서 만나게 될 것인데, 장구산 아래 징산이 있으니, 징산에 가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면, 칠성님이 찾아 올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1초도 지나지 않아서, 즉각 칠성님이 나타나, 장구산에게 마부가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다. 장구산은 칠성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이건 뭐냐?”고 어이없는 짓을 한다. 칠성님은 내가 나졸을 찾아 돌아다니는데 나졸을 보지 못했느냐고 묻는다. 장구산은 글쎄 본 것도 같고 안 본 것도 같다고 또 수작을 부린다. 칠성님에게도 5백년 쯤 기다리면 나졸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장구산은 칠성님에게 나졸을 찾으려면 자기에게다 정성을 들여 보라고 또 수작을 부린다. 그런데 칠성님이 가지고 있는 것이라곤 다 떨어진 헌 고깔하고 장삼뿐이다. 정성드릴 재물이 아무 것도 없다는 뜻이다.


장구산은 8선녀가 내려와서 목욕하는 곳에 가서 목욕재계沐浴齋戒하고 옥경청수玉京淸水(주, 칠성님이 계신 옥경에서 내려오는 天水) 한 그릇 갖다가 삼배고두배三拜叩頭拜(주, 원래 단군조선시대의 절법으로 1배는 큰절, 2배는 고두배이다.)하고 정성을 극진히 드리면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칠성님은 목욕재계하고 지극하게 정성을 드린다.


장구산은 보수로 헌 고깔과 장삼을 모두 받고 칠성님은 빈털터리가 된다. 장구재비는 칠성님에게 신명들의 이름을 불러들이라고 알려준다. 칠성님이 신명들의 이름을 부른다.


드디어 마부가 자기를 호명하는 칠성님의 목소리를 듣고 칠성님 앞에 나타난다. 벌거벗은 칠성님을 보고 마고할멈(주, 사설에 마귀할멈으로 되어 있으나, 마고의 오기이다)으로 착각한다. 칠성님이 고깔과 장삼을 벗으면 마고할멈과 다를 것이 없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마귀할멈이 마고할멈과 동일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장삼 입고 고갈 쓰면 칠성님이 되고, 장삼 벗고 고깔 벗으면 마고할멈이 된다는 놀라운 변신을 소놀이굿이 알려주고 있다.


마부는 고깔과 장삼을 어떻게 했느냐고 마고할멈에게 묻는다. 마고할멈(칠성님)은 장구산에게 보수로 다 주었다고 털어놓는다. 마부는 장구산에게 고깔을 어떻게 했느냐고 묻는다. 장구산은 김 서방네가 무감으로 사갔다고 말한다. 장구산과 무감은 다 한통속이다. 마부가 김 서방에게 물으니 샀다고 대답한다. 


마부는 마고할멈이 서천서역국으로 갈려면 그걸 입어야 칠성님으로 인정을 받으니 둘려주라고 말한다. 장구산은 마음먹은 대로 소원성취만 해 달라고 하면서 고깔과 장삼을 돌려준다. 마부는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고깔과 장삼을 받아 칠성님에게 입혀드리고 씌워드린다.


“아! 없는 자손 돌려주고 있는 자손 수명장수 시켜주고 세대봉사 이어주고 5대 출신 나게 도와주고 7대 정승 나게 도와줄게요.”

출처 : 천손의 나라
글쓴이 : 천룡법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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